[초대석]서울대 강의 맡은 데이비드 스트로브

  • 입력 2007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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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외교관 출신으로 올봄 서울대 강단에 서는 데이비드 스트로브 존스홉킨스대 교수. 동아일보 자료 사진
미국 외교관 출신으로 올봄 서울대 강단에 서는 데이비드 스트로브 존스홉킨스대 교수. 동아일보 자료 사진
《미국 직업외교관으로 국무부 한국과장과 일본과장을 거친 데이비드 스트로브(53) 존스홉킨스대 교수가 서울대 강단에 선다. 그는 올 1학기 서울대 국제대학원의 초청으로 한미관계와 한미일 삼각외교를 강의한다. 한국인 아내를 둔 그가 다음 달 중순 ‘아내의 나라’로 떠나기 앞서 10일 전화로 본보와 인터뷰했다.》

“美외교정책 선악논리로 접근하면 안돼”

―한국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싶은가.

“알다시피 나는 국무부에서 한국과 일본 정책을 경험했다. 한국과장 시절 6자회담의 초기 협상(1∼3차 6자회담)에 직접 참가했고, 일본과장으로 주일미군 기지 이전 협상을 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의 젊은 세대가 미국과 일본을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 객관적 시각을 잃지 않으면서 강의할 생각이다. 미국의 외교정책을 선악의 개념으로만 접근하면 본질을 그르칠 수 있다는 점을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스트로브 전 과장은 미 국무부 내에서 대표적인 지한파 겸 지일파로 꼽힌다. 1970년대 말∼80년대 초, 1999∼2002년 2차례 한국에서 7년간 근무했고 연세대 어학당에서 1년간 한국어를 배웠다. 일본에서도 모두 6년간 근무했고, 일본어 공부에만 2년을 바쳤다.

―외교 현안뿐 아니라 한미일 3국의 현대사에도 관심이 크다고 들었다.

“가쓰라-태프트 밀약(미국이 일본의 조선 지배권을 인정하는 대가로 일본이 미국의 필리핀 지배권을 인정하기로 한 밀약), 6·25전쟁,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 한일 수교와 같은 역사적 문제들도 다루고 싶다. 역사적 사건에는 복잡한 관계의 역동성이 있기 마련이다. 학생들에게 단순한 자기중심적 사고를 버리고 종합적인 시각에서 한미관계를 볼 것을 주문하고 싶다.”

―핵실험에 따른 대북 제재 2년째로 접어드는 올해 북한 앞날에 비관적 전망들이 나온다. 북한의 변화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가.

“북한은 철저히 고립된 국가로서 북한의 정치변동을 바깥에서 전망하고 진단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언젠가는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이미 붕괴가 시작됐는지, 수십 년이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 1999년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이 내린 ‘가까운 장래에 북한 붕괴를 내다보고 정책을 펴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는 결론을 떠올리게 된다. 북한의 무너진 경제체제도, 대규모 기근도 북한 내부에 정치적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은 북한 붕괴라는 정치 불안을 용납할 수 없으므로 미국 주도의 경제 제재에는 부분적으로만 동참할 것이다. 결국 경제 문제가 결정적으로 북한 붕괴를 초래하지는 못할 것 같다.”

스트로브 전 과장은 국무부에서 북한을 잘 이해하는 외교관으로 통한다. 국무부 한국과장이란 자리가 사실은 ‘북한과장’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는 2차 핵 위기의 출발점이던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의 평양 방문을 수행했고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의 ‘우라늄 핵 프로그램 보유 시인’ 현장에 있었다. 그러나 북한의 권력구조 전망에는 매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10년, 15년 전보다 미국이 북한을 더 많이 이해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너무나 모른다는 점도 분명하다. 통제된 폐쇄사회인 탓에 북한 군부도 북한 구석구석에서 벌어지는 실상을 제대로 알지 의문이다. 권력 핵심부에 보고가 정확히 올라간다는 확신도 없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주도하고, 미국이 묵인하는 친중 쿠데타 가능성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군부를 위시한 북한의 정치엘리트 역시 똘똘 뭉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위로부터의 처벌도 두렵겠지만, 지도부의 분열에 따라 남북통일이 한국의 주도로 이뤄진다면 자신들을 겨냥한 과거사 처벌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북한 붕괴가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미국이 가진 정보로는 (북한이 쿠데타로 붕괴한다고) 이렇게 결론짓는 게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스트로브 전 과장의 이번 서울행에는 부인도 동행한다. 미 워싱턴 소재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얼마 전 “스트로브 전 과장이 주한 미대사관에 근무하던 시절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고 조계사의 한국 문화 소개 강좌를 다녔다. 아내를 만난 것도 그 즈음”이라고 귀띔했다.

:데이비드 스트로브 존스홉킨스대 교수:

△ 루이빌대 졸업(켄터키 주)

△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 졸업

△ 국무부 근무(1976∼2006년) 중 한국과장(2002년) 일본과장(2004년) 지냄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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