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 영혼-범사-건강 보장 안해…주술적 세계관에 기울어”

  • 입력 2006년 12월 2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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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를 대표하는 목회자들의 설교를 분석 비판한 설교비평서인 ‘속 빈 설교, 꽉찬 설교’(대한기독교서회)가 출간돼 주목된다. 특히 비평의 대상이 한국 개신교계를 이끌고 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 두레교회 김진홍 목사, 새문안교회 이수영 목사, 경동교회 박종화 목사, 온누리교회 하용조 목사 등 ‘대표 목사’ 14인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금기시돼 온 실명 설교 비평의 새로운 장이 열릴지 관심을 모은다.

이 책의 저자는 경북 경산에서 샘터교회를 인도하고 있는 정용섭(53·사진) 목사. 서울신학대를 졸업하고 독일 뮌스터대에서 수학한 정 목사는 대구 계명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대구성서아카데미 원장도 맡고 있다. 정 목사는 2003년부터 ‘기독교 사상’에 연재해 온 내용을 이번에 책으로 묶어냈다.

목회자들에 대한 그의 비평은 매우 신랄하고 거침이 없다. 조용기 목사의 설교에 대해서는 “단도직입적으로, 예수 잘 믿으면 ‘삼박자’ 축복을 받는다는 조 목사의 주장은 거짓말이다. 예수 믿는다고 영혼, 범사, 건강이 보장되는 법은 없다”(298쪽)고 지적한다. 김진홍 목사의 설교에 대해서는 “영웅에게 밀려난 하나님 이야기”, 성락교회 김기동 목사의 설교는 “성서읽기와 신앙경험이 철저하게 주술적 세계관에 기울어져 있다”라고 비판한다. 반면 모새골 공동체의 임영수 목사, 선교100주년 기념교회 이재철 목사, 경동교회 박종화 목사 등의 설교에 대한 글에서는 애정이 느껴진다.

그렇다면 정 목사가 제시하는 비판의 근거는 무엇인가. 그는 ‘인문학적 성서읽기’와 ‘리얼리티’를 강조했다. 그는 “성서 및 신앙과 인간의 삶을 분리하지 않고 역사적인 맥락에서 성서를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적 전통이 강한 성결교회의 목사로서는 다소 의외의 발언이다.

그는 또 “성서라는 텍스트를 중심으로 하는지, 아니면 목사 개인의 인생관과 철학, 목회 노하우를 근거로 설교를 하는지 면밀히 검토했다”고 밝혔다.

정 목사의 독설에 가까운 비판에 당사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정 목사는 “뭔가 반응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전혀 없었다”며 “신학자들도 담론에 참여해 공론화하기를 기대했으나 입을 다물고 있다”고 서운해 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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