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 福이 있다?… ‘복을 부르는 돼지’전

  • 입력 2006년 12월 26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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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은 유물 속에서 활용된 돼지와 비단벌레를 통해 선인들의 생각을 엿보는 전시를 열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02-3704-3114)에서는 2007년 정해년(丁亥年) 돼지의 해를 맞아 내년 2월 26일까지 돼지 관련 문화재 45점을 모은 특별전 ‘복을 부르는 돼지’전이 열리고 있다. 돼지를 게으름과 탐욕의 대명사로 여기는 이들이 많지만 우리 문화재 속 돼지들은 건강 복 풍요의 상징이다.

돋보이는 전시물은 김유신 묘역에서 출토된 납석(蠟石·곱돌)제 돼지상이다. 김유신 무덤 둘레의 땅에 묻혀 있던 십이지신상 중 하나로 엄니가 있는 돼지가 갑옷을 입고 오른손으로 칼을 들고 있다. 돼지가 사악한 기운을 물리친다는 의미다.

개와 멧돼지가 맞선 통일신라 무덤 발굴 돼지 토우(흙으로 만든 인형)도 흥미롭다. ‘돝’ ‘도야지’로 불렸던 돼지는 양식으로서 가축과 사냥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신라인들은 내세의 양식을 위해 돼지 형태의 토우를 만들어 묘지에 함께 묻었다. 낙랑에서는 죽은 자의 손에 옥으로 만든 돼지 ‘옥돈(玉豚)’을 쥐게 했다.

다리를 돼지머리 형상으로 장식한 대한제국 시기의 종묘제기, 경남 밀양시 표충사의 저팔계 잡상(雜像·궁전이나 사찰의 추녀에 설치한 장식물), 경기 수원시 화성행궁의 주둥이가 긴 저팔계 잡상, 돼지가 그려진 국가 행사 깃발도 함께 선보인다.

예부터 매미나 비단벌레 같은 곤충은 ‘재생과 부활’의 상징으로 옷이나 마구(馬具)를 장식하는 데 주로 사용됐다. 특히 비단벌레는 매우 화려한 곤충으로, 옛 중국에서도 이 벌레에 금속 테두리를 씌워 옷의 장신구로 사용했다. 이 벌레는 국내에서도 예전엔 흔히 볼 수 있었으나 요즘에는 환경부에서 보호종으로 지정할 만큼 희귀종이 돼 버렸다.

내년 2월 28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02-2077-9000) 고고관에서 열리는 ‘고고학이 찾은 비단벌레의 신비’전은 문화재 속에 담긴 비단벌레의 의미를 들여다보는 자리다. 비단벌레가 장식된 유물과 복원품, 비단벌레의 모형 등을 볼 수 있으며 구석기시대 지층에서 발굴된 ‘곤충 화석’도 선보인다.

1921년 경주 금관총에서 나온 발걸이(말을 탈 때 발을 딛고 오르는 부분)에는 바닥에 비단벌레를 넣은 뒤 그 위에 무늬가 새겨진 금동판을 덮었다. 무늬 사이로 비단벌레의 날개가 보인다. 1973년 경주 황남대총에서도 비단벌레의 날개로 장식한 말안장꾸미개, 발걸이, 허리띠꾸미개가 발굴됐다. 허리띠꾸미개의 뒷부분에는 비단벌레 날개가 층층이 깔려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김현희 학예사는 “비단벌레의 날개는 철 구리 마그네슘 등을 포함하고 있어 색색의 광택을 발산한다”며 “말안장꾸미개에 1000마리분의 비단벌레 날개를 사용했을 정도로 신라인들은 비단벌레를 옷감이나 마구류를 장식하는 데 애용했다”고 소개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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