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유행어…'짜증 지대루다!' '이건 아니잖아'

  • 입력 2006년 12월 20일 17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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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KBS2)에서 신봉선이 했던 '짜증 지대루다!'라는 말 있잖아요. 대학생들 사이에서 굉장히 유행했어요. 올해는 정말 짜증나는 일이 많았잖아요. 집값도 그렇고, 경제도 안 풀리고…. 희망대로 되지 않는 현실, 제대로 풀리지 않는 세상에 대해 '이건 아니잖아'(SBS 웃찾사)라는 말도 인기를 끌었습니다."

주철환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대학생들로부터 자주 들었던 '올해의 유행어'로 이 두 가지를 꼽았다. 주 교수는 "일상에서 자주 쓰인 유행어에는 곱씹어볼 만한 사회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도 지상파 3사의 드라마나 개그 프로그램에서 유행어들이 쏟아졌다. 인터넷에서도 '된장녀' '굴욕' '파문' 등 새로운 유행어들이 이어졌다.

●여성 강세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은 말은 '된장녀'. 일부 젊은 여성들이 경제력 있는 남자나 부모에게 의존하며 값비싼 명품과 수입 커피전문점에 열광하는 행태를 비꼰 유행어였다. MBC '개그야' 사모님 김미려의 '김기사~, 운전해~ 어서~'는 독특한 억양과 뉘앙스로 여러 CF와 시상식에서 인용됐다. 이 유행어는 고상한 척 하는 '유한 마담'의 무식을 폭로하는 후련함을 안겨주었다.

MBC 주말극 '환상의 커플'에서 안나 조(한예슬)가 입버릇처럼 말한 "꼬라지 하고는…"은 말 한마디로 스스로를 추켜 올리는 '공주 놀이'의 대명사였다. 이 말은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이들에 대한 '똥침'으로 들리기도 했다. 특히 한예슬이 입술에 자장면을 잔뜩 묻힌 채 "지나간 자장면은 돌아오지 않아!"라고 외친 말은 누리꾼들사이에서 널리 퍼졌다.

●비굴, 굴욕, 백수…

KBS 2 '개그콘서트'의 '현대생활백수'에서 백수(고혜성)는 "대한민국에 안되는 게 어딨니"라며 청년실업 100만 시대를 꼬집었다. 오랜 백수 생활 끝에 뻔뻔해진 청년 실업자의 현실을 볼 수 있는 유행어였다.

'비굴, 굴욕'이란 단어도 인터넷에서 유행했다. 독일월드컵 중계석에서 차두리가 "제가 분데스리가 하위팀에서 뛰다보니" "저는 당시 후보여서 모르겠습니다"고 구김살없이 말한 게 '차두리의 굴욕'이란 제목으로 회자됐다. 인터넷에서 유행한 패러디 만화의 제목인 '조삼모사'도 유행어로 떠올랐다. 학교나 직장 생활에서 '비굴'한 주인공을 내세워 큰 공감을 얻은 것이다.

MBC 드라마 '주몽'에서는 영포 왕자(원기준)가 내뱉었던 '한심한 놈'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능력도 없으면서 권력을 얻기 위해 비굴한 짓도 마다하지 않는 영포 왕자는 '한심하지만 귀엽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세태풍자

중견탤런트 나문희가 KBS2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에서 부른 노래 "돌리고~돌리고~ 있을 때 잘혀, 그러기에 잘혀"는 묘한 뉘앙스를 남겼다. 일부 사람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회전문 인사' 등을 꼬집은 노래로 해석하기도 했다.

SBS '웃찾사'의 '형님뉴스'는 "남자가 남자다워야 남자지~, 뉴스가 뉴스다워야 뉴스지~라며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는 세태를 풍자했다. KBS 2 '개그콘서트'의 '범죄의 재구성' 코너에서 황현희는 "조사하면 다 나와"는 말로 비리 혐의자들을 긴장시켰고, '봉숭아학당'의 강유미는 "오늘도 뻔한 말씀 감사합니다. 가식적인 말씀 감사합니다"는 말로 웃음을 자아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지룡 씨는 "올해는 개그프로그램에서 '마빡이' '현대생활백수' '명품남녀' '사모님' 등 변하는 사회 현실을 반영한 유행어를 만들어내 큰 공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남원상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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