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감독의 만남…"동기와 자극을 주고받는 계기 되길"

  • 입력 2006년 12월 3일 14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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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소설이 재미가 없어졌어요. 서사가 사라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 말에 주위가 숙연해졌다. 1일 저녁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한 생맥줏집. 신경숙 은희경 박민규 씨를 비롯한 소설가들과 영화 '타짜'의 최동훈, '가을로'의 김대승 감독 등 30여명이 모였다. 이날 모임은 출판사인 문학동네 강태형 대표와 영화사인 싸이더스 FNH 차승재 대표가 "양쪽 다 서사 장르를 대표하는 창작자들이니 모이면 잘 통할 것"이라며 마련한 자리다.

먼저 '상대'에게 열광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감독들이다. "은희경 작가의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를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읽고 팬이 됐어요. 책으로 봤어야 하는데, 늦게나마 고백합니다."('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의 민규동 감독)

"저 시나리오 쓸 때 성석제 작가의 소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를 읽으면서 톤을 잡았어요."('나의 결혼원정기'의 황병국 감독). 신춘문예에 도전했었다는 '싱글즈'의 권칠인 감독은 "영화계는 좌절한 문청(문학청년)들의 도피처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소설가들도 "나도 영화에 빚진 게 많다"(강영숙) "전철 탈 때는 꼭 영화잡지를 본다"(윤성희)는 말로 화답했다. 김중혁 씨는 "감독들은 소설을 영화로 만들고 싶지만 그렇게 하기 어려운 작품을 쓰는 게 목적"이라고 했다.

"소설에 '이야기'가 없어졌다"('백만장자의 첫사랑'의 김태균 감독) "소설이 비(非)내러티브화 하면서 멀어진 느낌."('시월애'의 이현승 감독) 등 소설에 대한 감독들의 한 마디도 이어졌다.

'책 읽어주는 남자'의 작가 서하진 씨는 "소설에 내러티브가 없어진다는 데 반성한다"며 "어떤 감독한테 오늘 온 작가의 작품 중에서 뭘 읽었는지 물었더니 한참 생각하는 것을 보고 많은 고민을 했다. 더 많은 독자들이 읽을 수 있는 탄탄한 서사를 갖춘 소설을 써야 하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변영주 감독은 "우리야 흥행만 생각하지만 작가들은 시대의 전면에서 고민하지 않는가. 좋은 소설을 많이 써야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며 "한국 영화가 잘못되면 다 작가 분들 탓"이라고 말해 웃음과 함께 숙연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다른 감독들도 "작가들이 잘해줘야 한국영화도, 한국문화도 발전한다"고 입을 모았다.

'랍스터를 먹는 시간'의 작가 방현석 씨는 "자신이 속한 장르에서 한 발자국만 밖으로 나오면 아무도 모르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며 "이런 모임이 계속돼 서로 동기와 자극을 주고받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kimjy@donga.com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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