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정보’로 세상에 ‘나’를 보낸다

  • 입력 2006년 12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진화하는 인터넷, 요즘 그 핵심엔 ‘웹 2.0’이 있다. 알쏭달쏭한 ‘웹 2.0’을 간단히 말하자면, ‘인터넷상의 불특정 다수를 수동적 이용자 대신 능동적 표현자로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게 하는 기술과 서비스 개발 자세’를 뜻한다. 정보 곳간의 문을 열고 정보 생산의 도구를 사람들의 손에 쥐여주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는 뭘 어떻게 한다는 걸까. 변화의 첨단을 직접 ‘살고’ 있는 ‘웹 2.0적 지식 생활인’의 하루를 들여다봤다. 김국현(사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개발자 겸 부장은 유명한 블로거에 정보기술(IT)칼럼니스트, 만화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코드 한줄 없는 IT이야기’ ‘웹2.0 경제학’의 저자. 웹2.0적 의사소통수단으로 무장한 그가 자신의 하루를 직접 만화로 그려 보여줬다.》


# 출근길의 포드캐스팅(*①)

지하철 2호선을 타고 홍대입구역에서 선릉역까지 출근하는 동안 제 동반자는 아이튠스(iTunes·*②)에서 스마트폰에 내려받은 온갖 뉴스와 블로그의 mp3파일들이죠. 오늘 아침엔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이 제공하는 포드캐스팅으로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3차원 협상전략’에 대해 들었습니다. …음, 어렵고 졸려서 바로 전자제품 리뷰 블로그인 ‘더 페니(The penny)’의 파일로 바꾸긴 했지만.^^ 포드캐스팅은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새로운 정보를 ‘귀로’ 읽고, 전통 깊은 언론사에서 톡톡 튀는 블로거까지 전 세계 다양한 취향과 관심사를 지닌 사람들의 전문적 콘텐츠를 만날 수 있는 기회랍니다.

# RSS(*③)로 세상의 모든 정보 만나기

출근한 뒤 뉴스를 확인할 때 저는 포털사이트에 가지 않습니다. 그 대신 ‘한RSS’ 같은 업체가 제공하는 RSS 서비스를 통해 제가 직접 편집한 ‘나만의 뉴스’를 보지요. 포털사이트 검색은 내가 정보를 찾아나서는 것이지만, RSS는 세상의 모든 정보가 나를 찾아오게 만드는 것입니다. 약 100여 개의 블로그와 뉴스 사이트를 RSS로 구독합니다. 100개의 사이트를 매일 찾아가는 건 불가능해도 100명의 기자가 편집해준 한 권의 잡지라면 매일 볼 수 있지 않겠어요? 정보가 편향되지 않느냐고요? 아뇨. 정말 알아야 할 일이나 대형 이슈, 예컨대 북핵문제가 터지면 제가 RSS로 구독하는 누군가의 블로그나 뉴스 사이트에 그런 내용이 스며든답니다. 가끔 내 몸이 속한 현실과 마음이 속한 곳이 다르다는 느낌은 들긴 해요. 현실에서 ‘남들이 궁금해하는 일’이 더는 제겐 뉴스가 아니니까요.

# 소셜 북마크(*④)로 혼자 보기 아까운 정보를 공유

인터넷에서 이거 남들에게 보여주면 좋겠다 싶은 콘텐츠를 발견했을 때, 전 바로 스크랩을 해둡니다. 단, 혼자만 보는 스크랩북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는 인터넷에 스크랩을 해둔다는 점이 다르죠. 말하자면 제가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즐겨찾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번 주엔 IT관련 글들과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youtube.com)에서 발견한 ‘죽음’에 대한 귀여운 애니메이션을 소셜 북마크로 표시해뒀어요. 이건 제 관심사와 취향을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이기도 해요. 제가 고른 콘텐츠를 같이 보자고 권유하는 것이니까요.

# 블로그는 지식 생산의 도구

전 블로그가 굉장히 중요한 매체라고 생각해요. 가만 놔두면 휘발되어 날아가버리는 나의 가치를 한곳에 모으는 일종의 깔때기죠. 안타깝지만 해보지 못한 일을 하면서 자신의 미래를 위해 외치는 일이기도 해요. 제 경험을 들려드릴까요? 2002년부터 블로그를 운영했는데 2004년쯤 여기에 재미삼아 올린 만화가 순식간에 유명해지는 바람에 주간지에 연재도 하고 지금 이렇게 신문에도 만화를 그리게 됐답니다.^^ 블로그를 통해 생각지도 못한 네트워크가 생기기도 해요. 처음 만난 사람도 블로그를 통해 서로 깊이 아는 듯한 상태가 되는 거죠. MS워드 같은 소프트웨어는 그냥 문서를 작성하면 곧장 블로그에 올릴 수 있는 기능을 만들었는데 이건 그만큼 블로그가 이제 중요한 지식생산의 도구가 되었다는 걸 보여줍니다.

# 모든 정보는 웹에 게시

e메일은 언제 어디서나 접속해 검색할 수 있는 웹 메일을 쓴답니다. 전 구글의 G메일을 사용해요. 지우고 정리할 필요 없이 쌓아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검색하면 되거든요. 아, 물론 휴대전화로도 검색이 된답니다. 또 문서작성 소프트웨어도 엑셀 대신 자료를 웹에 게시해둘 수 있는 구글의 스프레드시트를 써요. 현실은 집, 회사, 지하철 안 등으로 나뉘어 있지만 오피스 작업 정보를 그렇게 웹에 늘 게시해두면 필요할 때 아무데서나 접속해서 일을 처리할 수 있거든요. 사진도 인화하거나 컴퓨터에 쌓아두는 대신 그림 공유 사이트 ‘플릭커’(flickr.com)에 올려두죠.

# TV 대신 즐기는 방송2.0과 UCC(*⑤)생활

웹 2.0의 핵심인 ‘이용자의 능동성’에서 방송이라고 예외가 될 순 없지요.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TV프로그램을 수동적으로 시청하는 대신 TV케이블과 인터넷을 연결하는 셋톱박스, TV카드 등을 통해 인터넷으로 TV프로그램을 골라보면서 바로 저장하는 것도 가능하답니다. ‘유튜브’에 보면 그런 식으로 올라온 10분짜리 동영상들이 아주 많아요. ‘개그콘서트’에서 재미있는 한 꼭지만 잘라내 올린다든가…. 사실 UCC라고 부르긴 어려운 콘텐츠들이죠. 그러나 최근 ‘프리 허그’운동이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전파됐듯, 앞으론 진짜 UCC가 많아질 거라고 봅니다. 점점 더 세상을 향해 자신을 ‘전송’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니까요.

정리=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용어 설명

*①포드캐스팅(podcasting)=미국 애플사가 만든 mp3 플레이어 아이팟(iPod)과 방송(Broadcasting)의 합성어. 오디오 방송과 같은 멀티미디어프로그램을 mp3파일로 내려받아 언제 어디서든 들을 수 있는 방법. 인터넷 라디오는 인터넷에 접속해야 하고 업데이트된 내용이 배달되지 않지만, 포드캐스팅은 내려받아 들을 수 있으며 구독을 신청하면 업데이트된 정보가 자동 배달된다.

*②아이튠스(iTunes)=미국 애플사가 운영하는 내려받기 사이트. 온라인 음악상점으로 출발했으나 최근에는 포드캐스팅, 영화 등까지 무료, 유료로 제공하고 있다.

*③RSS(Really Simple Syndication)=‘Rich Site Summary’의 약어이기도 하다. 정보를 얻고 싶은 웹사이트의 RSS 주소를 등록해 놓으면 그 사이트에 일일이 방문하지 않아도 업데이트된 새로운 콘텐츠가 내 블로그나 RSS 수집 사이트를 통해 나에게 배달된다.

*④소셜 북마크(Social Bookmark)=인터넷에서 읽은 글이나 논문 중 재미있다고 생각한 것에 북마크를 하거나 간단한 코멘트나 키워드를 붙일 수 있게 해주는 도구. 단, 북마크 리스트를 인터넷상에 게재해 모두가 공유하며 이용할 수 있다.

*⑤UCC(User Created Contents)=전문적인 콘텐츠 생산자가 아니라 사용자들이 직접 만든 콘텐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