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좌석, 아는 만큼 보인다

  • 입력 2006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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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강(37·한국가스공사 자금IR팀) 씨는 ‘좌석전문가’다.

좌석전문가? “각 공연장의 좌석을 두루두루 꿰고 있는 데다 그 자신도 공연마니아여서 같은 가격이라면 어떤 공연에는 어떤 좌석이 좋은지 누구보다 꼼꼼하게 말해 줄 수 있는 사람”(무용·오페라평론가 유형종 씨)을 말한다.

김 씨가 가입해 있던 어느 공연동호회 게시판에 누군가 “○○공연장에서 △△공연을 보려 하는데 어디쯤 앉으면 좋을까”라는 질문을 띄웠을 때 그는 해당 공연장의 무대 높이, 좌석의 경사, 공연의 특징, 그리고 티켓 가격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조언을 해주면서 마니아들 사이에서 ‘명성’을 얻었다.

그는 매년 약 90편의 공연을 관람하는 마니아다. 중학교 때부터 듣기 시작한 클래식 음악과 오페라는 빠짐없이 챙기고 무용과 연극 그리고 뮤지컬도 좋은 작품이라면 꼭 찾아본다. 좋은 공연을 놓치지 않고 보면서 다른 한편으로 호주머니 사정까지 고려해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최소 비용의 최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좌석을 찾게 됐다고 말한다.

10월 1일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부터 시작해 12월 27일 정명훈의 서울시향 베토벤 사이클까지 석 달간 그가 본(예매한) 공연은 모두 26편. 이 공연들을 최고가 좌석에서 봤다면 약 380만 원을 지출해야 했지만 실제 그가 쓴 비용은 103만3000원이다. 그는 때로는 한 공연에 22만 원을 아낌없이 투자하기도 했고(오페라 ‘토스카’), 때로는 1만2000원만으로 알뜰하게 공연을 즐기기도 했다(테로 사리넨 무용단).

공연마니아이자 좌석전문가인 그는 과연 어떤 공연을, 어느 좌석에서 봤을까 궁금했다. “가까운 사람들은 이미 모든 ‘노하우’를 전수해 더는 물어보지 않는다”는 그에게 10월부터 12월까지 석 달간 본 공연의 ‘좌석 다이어리’를 공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좌석에 대한 주관적 취향을 고려해 참고해야 한다”는 전제와 함께 자신이 선택한 좌석과 그 이유를 설명했다.



<위의다이어리참조>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김재강 씨의 좌석 고르는 7가지 노하우▼

[1] 공연장 특징에 따른 좌석을 공부하라.

○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은 무대와 객석 거리가 꽤 떨어져 있어 제일 앞좌석도 볼 만한 편. 단, 맨 앞줄의 한가운데 자리(6, 7, 8, 9번 석)는 피한다.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솟아나온 지휘자의 머리 때문에 종종 무대가 가려진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지휘자의 어깨까지 보여 맨 앞줄에 앉으면 무대가 더 많이 가려지니 참고할 것.

○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은 객석의 다섯 분단 중 둘째 분단이 같은 R석 중에서도 제일 시야가 좋다. 피아노 협연 시 이곳에서만 연주자 손가락이 보인다.

○ LG아트센터는 무대 앞에서 셋째 줄까지는 경사가 전혀 없고 넷째 줄부터 계단식이다. 따라서 가격도 넷째 줄부터 비싸진다. 가격이 싼 앞의 셋째 줄 중에서 굳이 자리를 고른다면 시야가 확보되는 맨 앞줄이 낫다.

○ 세종문화회관에서 새로 개관한 체임버홀은 음향이 매우 좋은 편이나 무대가 높아 독주회라고 해도 맨 앞줄은 택하지 말 것.

○ 성남아트센터는 2층 사이드 좌석은 1층보다 싸지만, 극장 구조상 무대 쪽으로 약간 휘어져 튀어나와 있어 실제로는 아주 끝쪽이 아니라 1층의 중간 좌석에 가까워 괜찮다.

○ 아르코 예술극장은 무대가 높은 편인 만큼 앞쪽보다 뒤쪽 좌석을 택하는 것이 낫다.

[2] 보고자 하는 공연의 내용을 충분히 알아보라.

좌석을 예매하기 전 반드시 공연에 대한 자료를 최대한 수집해 내용을 알아둔다. 가령 플라멩코가 볼거리인 뮤지컬 ‘돈 주앙’의 경우 무용수들의 발 구름을 위해 기존 무대 위에 40cm 높이의 울림통을 따로 깔기 때문에 맨 앞좌석은 피하는 게 좋다.

[3] 아이를 데리고 갈 때는 통로석을 택하라.

아무리 키 높이 보조방석을 준다고 해도 아이들은 앞좌석 사람 때문에 시야가 가려질 수밖에 없으니 고개를 옆으로 내밀어 볼 수 있는 통로석을 고르라.

[4] 실내악과 독주회는 무조건 앞쪽에서 보는 것이 원칙.

독주회 중에서도 클라리넷 등 정면에 악보를 놓고 연주하는 경우 보면대에 가려져 정작 연주 모습이 보이지 않을 수 있으니 악기에 따른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5] 합창석은 피아노 왼쪽, 기타 협연은 오른쪽을 택한다.

공연장에 가는 이유는 최고의 음질 감상이 아니라 공연자를 보기 위해서다. 합창석에서는 그나마 사이드 쪽의 맨 끝이 연주자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좌석. 특히 예술의 전당 합창석의 셋째 줄 끝좌석은 다리를 앞으로 뻗을 공간이 있다.

[6] 클래식 발레에 비해 모던 발레나 현대 무용은 앞에서 본다.

단, 현대 무용 중에서도 바닥 조명을 많이 사용하는 작품일 경우 앞좌석은 불리하다.

[7] 예매처별 좌석을 모두 확인한 후에 예매한다.

일반적으로 티켓링크, 인터파크 등 예매 사이트만이 아니라 기획사 홈페이지에서도 예매를 진행할 경우 통상 기획사 측이 좀 더 좋은 좌석을 확보하고 판매할 때가 많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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