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寫經은 고려 문화의 꽃”…권희경 교수 ‘고려의 사경’ 발간

  • 입력 2006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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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문화의 꽃, 사경(寫經)을 아십니까?

‘사경’이란 문자 그대로 ‘베껴 쓴 경전’을 말한다. 불경(佛經)을 필사해 국가의 안녕, 개인의 발복(發福)을 기원했으며 목판인쇄가 발달하기 전까지 불교 전교(傳敎)의 중요한 역할을 했다. 부차적으로 사경은 ‘공덕을 쌓는 일’로 통했다.

고려시대 사경을 총정리한 ‘고려의 사경’(글고운출판사)이 발간됐다. 30여 년간 사경을 연구해 온 권희경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는 국내, 일본에 있는 고려 사경 200여 권의 서체, 사경 표지화, 변상화(變相畵·경전의 내용을 그린 그림)를 분석했다. 저자는 ‘고려사경은 불화 못지않게 고려를 대표하는 문화재’임을 강조한다. 현재까지 발견된 고려사경 중 가장 오래된 ‘대보적경(大寶積經)’ 제32권(1006년·목종 9년) 표지화에는 만개한 연화를 중심으로 불규칙하게 감겨 있는 당초넝쿨이 은으로 화려하게 그려져 있다.

국왕 발원으로 가장 오래된 ‘불공견삭신변진언경(不空견索神變眞言經)’ 제13권(1275년·충렬왕 원년) 변상화는 분노하는 부동명왕(不動明王) 독존상이 역동적인 필치로 그려진 고려 미술의 걸작이다. 권 교수는 “고려사경은 단순히 불교에서 공덕을 쌓기 위한 행위를 넘어 회화, 서예, 역사학 등 고려 시대의 예술, 문화의 정수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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