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유성운]한국사능력시험이 불러온 ‘역사알기’ 열풍

  • 입력 2006년 11월 2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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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 시행된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는 모두 1만6570명이 응시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주최 측인 국사편찬위원회는 “예상보다 높은 관심”이라며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국사편찬위가 더욱 고무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전체 응시자의 82%가 초중고교 학생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국사학계는 젊은층의 역사에 대한 무관심에 적잖은 위기의식을 느껴 왔다. ‘고리타분한 옛날 얘기’ 내지는 ‘실생활과 무관한 암기과목’ 정도로 인식돼 수학이나 영어 같은 인기 과목에 치여 뒷방으로 밀려난 국사는 역설적으로 중국이나 일본의 역사 왜곡이 있을 때에만 ‘반짝 특수’를 누려야 했다.

이 같은 국사 경시의 분위기 근저에는 정부의 불분명한 태도도 한몫을 했다. 중고교 과정에서 국사 과목은 선택과목으로 바뀌었고, 공무원 채용시험에서도 국사는 필수가 아닌 선택의 대상이었다. 이번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대한 정부의 예산 지원도 전무했다.

그러나 주말인 토요일 오전 시험장으로 몰려든 응시자는 대부분이 중고교생이었다. 이러한 이들의 한국사 열기는 각 포털사이트에도 그대로 전해졌다.

25일 오후 10시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지식in’ 코너에는 검정시험의 답을 맞춰 보려는 누리꾼들의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시험 종료 2시간여 뒤인 25일 오후 1710명의 누리꾼이 방문했고, 27명이 답을 올렸다. 포털사이트 다음에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카페가 개설됐고 시험 후기에 대한 의견이 이어져 마치 토익(TOEIC) 시험을 연상하게 했다

일부에서는 대학 입시에서 가산점을 노린 것 아니냐는 냉소적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국사편찬위는 시험 전부터 합격인증서 이외 어떤 부가적 혜택도 없다고 밝혀 왔다.

첫발을 디딘 한국사검정능력시험의 운명은 누구도 알 수 없다. 입사시험이나 공무원채용시험, 대학입시에서조차 능력시험 결과를 요구하지 않는다. ‘필요’ 없는 시험의 운명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인터넷에는 검정시험 문제로 출제된 조선의 세금제도 삼정(三政)에 대해, 노비법에 대해 토론이 한창이다. 학교 수업을 통해, 독서를 통해 쌓아 온 ‘내공’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다. 모처럼의 ‘한국사 열기’가 오래도록 지속돼 기왕이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유성운 문화부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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