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 발자취 따라 ‘캔버스 유랑’…이태길 씨 ‘압록강 2천리’전

  • 입력 2006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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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총’
‘장군총’
“애초에는 화가로서 단지 압록강과 만주의 좋은 풍경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러다 보니 만주 일본 러시아에 퍼져 있는 한민족의 발자취에 대한 자긍심과 역사 의식이 저절로 일깨워지더군요. 우리의 뿌리가 세계에 걸쳐 있다는 생각을 환기시키고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서양화 기법으로 한국의 정체성을 찾는 작품을 발표해 온 화가 이태길(목우회 이사장) 씨가 1990년대 중반부터 10여 년간 만주 등 현지에서 그려온 한민족 역사기행 그림전 ‘압록강 2천리’를 마련한다. 90여 점의 그림과 짧지 않은 기행문을 10여 년 만에 처음 선보이는 것으로 같은 이름의 화문집도 함께 냈다.

이 씨는 중국 창바이(長白) 현에서 단둥(丹東)까지 다니며 압록강변 한민족의 발자취와 강 건너편 북한 땅을 화폭에 담았다. 북한에서 보면 혜산에서 신의주까지 여행한 셈이다. 백두산과 압록강을 둘러싼 자연의 비경도 캔버스에 펼쳤다. 그는 이 곳을 여행하다 보니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북녘 땅과 만주 벌판을 넘나들었을 고구려인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런 뭉클함으로 인해 그는 역사 기행의 발길을 압록강 2000리에 멈추지 않고 고구려 발해 문화 유적지로 옮겼다. 지린(吉林) 성에 있는 고구려의 산성인 나통(羅通)산성, 둔화(敦化) 지역의 발해 고분군, 지안(集安)의 장군총과 고분벽화 등에 앉아 몇 시간씩 스케치하고 감동을 글로 썼다. 그는 “중국의 동북공정 논란이 일어나기 훨씬 전에 다녀왔지만, 우리는 누구라도 그곳에 가면 고구려인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200여 년간 일본을 왕래하면서 문물을 전해준 조선통신사의 길도 따라 가면서 그림을 그렸다. 그는 “부산에서 출발해 쓰시마(對馬) 시모노세키(下關) 도쿄(東京)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면서 조선통신사의 발자취를 보존하고 있는 일본의 기록 문화에 놀랐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우즈베키스탄 한인들의 생활을 담은 풍경화도 함께 선보인다.

28일∼12월 4일 한국일보갤러리. 02-724-2882

허 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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