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TV 잇단 차단… IPTV도입 앞두고 ‘네트워크 공공성’ 논란

  • 입력 2006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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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텔레콤 가입자인데 왜 ‘하나TV’를 볼 수 없나요.”

하나로텔레콤의 TV 포털인 하나TV는 인터넷을 이용해 서버에 저장된 콘텐츠를 TV 모니터로 볼 수 있는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다.

그러나 하나로텔레콤에 가입하고도 하나TV를 볼 수 없는 이들이 있다. 하나로에 망을 제공하는 LG파워콤이 9월에 하나TV 서비스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LG파워콤 망을 쓰는 하나로 가입자는 약 20만 명이다. 티브로드 C&M HCN 큐릭스 등 초고속 인터넷 사업을 하는 케이블TV 사업자들도 10월 말 하나TV 서비스를 차단했다.

하나로텔레콤은 “경쟁사들이 하나TV의 포트를 일방적으로 끊었다”고 주장한다. LG파워콤은 “하나TV의 트래픽(통신량) 때문에 다른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하나TV 논란의 핵심은 트래픽 증가를 이유로 네트워크 사용료를 추가로 물릴 수 있느냐는 문제다. 이는 2004년 논란 끝에 누리꾼들의 반발로 무산된 인터넷 종량제(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차등 부과)와도 관련된 개념이다.

정보통신부 산하 통신위원회는 이 문제를 조사하고 있으나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서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 네트워크 중립성 vs 네트워크 다양성

‘네트워크 중립성’은 인터넷은 전기와 같은 공공재이기 때문에 모든 콘텐츠를 망에 부담을 주는 정도와 관계없이 동일하게 다뤄야 한다는 개념이다.

네트워크 중립성 지지자인 미국 스탠퍼드대 로스쿨의 로런스 레시그 교수는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YouTube)가 1년여 만에 TV 네트워크에 견줄 만한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망의 중립성 덕분이었다고 분석했다. 서비스 요금을 차등 부과하는 것은 신생 사업자들에게 진입장벽이 된다는 지적이다.

‘네트워크 다양성’을 주장하는 이들은 망 중립성을 인정하면 사업자들이 망 개선에 투자를 하지 않아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반박한다. 인터넷은 사용량이 늘어나면 혼잡이 발생하는 ‘정체(congestion) 공공재’이므로 가격 체계를 달리하지 않으면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commons)’을 초래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네트워크 중립성은 1990년대 초 미국에서 처음으로 사용됐으나 인터넷 프로토콜(IP) TV와 같이 대용량 인터넷 콘텐츠의 등장으로 트래픽 처리가 쟁점으로 부상한 최근에 세계적 논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와 야후 구글 아마존 등 인터넷 서비스업체는 네트워크 중립성을, 통신업체와 케이블업자들은 네트워크 다양성을 지지하는 상황이다.

○ 한국은 내년에 논란 본격화돼

미국의 경우 민주당은 네트워크 중립성을 지지하고, 공화당은 반대하고 있어 상하원 중간 선거 결과가 논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론 와이든 민주당 상원의원은 3월 초 네트워크 중립성을 보장하고 비차별적 접속과 서비스를 보장하는 ‘인터넷 비차별법(Internet Non-discrimination Act)’을 제출했다. 이에 반해 조 바튼 공화당 하원의원은 서비스 차등 요금제를 허용하는 ‘브로드밴드 인터넷 트랜스미션 서비스법’을 제안했다. 유럽에서도 통신사업자들과 인터넷 업체들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국내에서도 내년 IPTV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네트워크 중립성 논쟁이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쟁사의 IPTV 접속을 차단하는 등 반경쟁적인 행위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앞두고 네트워크 중립성을 인정하면 외국 VOD 서비스에 문호를 열어 놓는 셈이 돼 망 중립성 규제 도입의 실익을 따지는 일은 더욱 복잡해진다.

정보통신부 경쟁정책과 조경식 팀장은 “네트워크 중립성 논란과 관련한 정책 수립을 위해 외부 기관에 연구를 의뢰해 문제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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