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5>適

  • 입력 2006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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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適(적)’은 만나기까지의 과정과 만나는 대상의 다양성을 중심으로 의미가 구성된다. ‘適’의 의미는 ‘가다’에서 시작된다. ‘가는 행위’는 누군가를 따르는 행위로 보일 수 있으므로 ‘適’에는 ‘따르다’라는 의미가 있다. ‘가는 행위’는 어느 곳을 향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로부터 ‘향하다, 돌리다’라는 의미가 생겨났다. 가게 되면 결국 어떤 지점에 이르게 된다. 이에 따라 ‘이르다, 도달하다’라는 의미가 나왔다. 이르거나 도달하면 무엇인가를 만나게 되므로 ‘만나다, 조우하다’라는 의미가 생겼다.

세상의 만남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결혼인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適’에는 ‘시집가다’라는 의미가 있다. 시집을 가면 그 사람은 본처가 된다. 따라서 ‘본처, 정실(正室)’이라는 의미가 나타났는데, 이들은 곧 집안의 주인이므로 이로부터 ‘주인, 윗자리, 상위(上位)’라는 의미가 나왔다. 본처의 맏아들은 다시 그 집안의 주인이 되었으므로 ‘適’에는 ‘본처의 맏아들’이라는 의미가 생겼고, 이로부터 ‘세자’라는 의미가 나왔다.

본처 혹은 정실은 오직 한 사람이다. 이에 따라 ‘適’은 ‘홀로, 혼자, 다만, 단지’라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만나는 사람은 본처만은 아니다. 만나는 대상은 곧 상대편이어서 ‘適’에는 ‘상대자, 상대편’이라는 뜻이 생겼고, ‘상대자, 상대편’으로부터 ‘원수, 적’이라는 의미가 나왔다.

이제 어떤 사물이 만나는 상황을 보기로 하자. 만났다는 것은 두 가지의 사물이 서로 잘 들어맞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適’에는 ‘알맞다, 맞추다, 같다, 어울리다’라는 의미가 나타났고, 이러한 의미로부터 ‘오로지, 한결같이’라는 부사적 의미가 생겼다. ‘알맞다, 맞추다, 같다, 어울리다’라는 의미로부터 다시 ‘당연하다, 즐기다, 기뻐하다’라는 의미가 나타났고, 이로부터 ‘생각대로, 마침, 우연히’라는 부사적 의미가 생겼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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