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1>優游厭어

  • 입력 2006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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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를 해도 곧잘 잊어버리고, 풀어 보았던 수학 문제도 시험에 나오면 틀리는 경우가 많다. 학문의 길을 가는 사람이나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 이런 현상은 허다하게 일어난다. 그럴 때마다 해보고 또 해봐도 안 된다고 치부해 버릴 때가 많다.

程子(정자)는 이런 경우에 ‘優游厭어(우유염어)’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優’는 ‘넉넉하다’라는 뜻인데 이로부터 ‘충분하다, 특별하다’라는 의미를 나타낸다. 그러므로 ‘優秀(우수)’는 ‘특별하게 빼어나다’라는 뜻이다. ‘秀’는 ‘빼어나다’라는 뜻이다. ‘優良(우량)’은 ‘특별하게 좋다’라는 뜻이다. ‘良’은 ‘좋다, 훌륭하다’라는 뜻이다. ‘優勝(우승)’은 ‘특별하게 뛰어나다’라는 뜻이다.

‘勝’에는 ‘이기다, 뛰어나다’라는 뜻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뛰어나다’라는 뜻으로 사용됐다. ‘優’에는 또한 ‘편안하게 쉬다’라는 뜻이 있다. ‘優游厭어’에서는 ‘편안하게 쉬다’라는 뜻으로 사용됐다. ‘游’는 ‘헤엄치다, 노닐다’라는 뜻이 있다. ‘游泳(유영)’은 ‘수영하다’라는 뜻이고, ‘周游(주유)’는 ‘널리 돌아다니며 노닐다’라는 뜻이다. 이런 경우에는 ‘游’를 ‘遊’로 쓰기도 한다. ‘厭’은 ‘싫다’라는 뜻이다. ‘厭症(염증)’은 ‘싫어하는 증세’라는 말이고, ‘厭世(염세)’는 ‘세상을 싫어하는 것’이다. ‘어’는 ‘실컷 먹다, 물리다’라는 뜻이다.

이상의 내용을 합하면 ‘優游’는 ‘편안하게 노닐다’라는 말이 된다. 무슨 일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厭어’는 ‘싫증이 날 만큼 물리다’라는 말이 된다. ‘優游厭어’는 무엇을 습득하려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하되 하나하나 익혀가면서 수없이 반복해야만 완벽하게 익힐 수 있음을 의미한다. 程子는 싫증이 나서 물릴 만큼 반복하여 익혀야만 학문의 진수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영어도 그렇고 수학도 그렇다. 우리가 익혀야 할 일은 거의 모두 그렇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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