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슈투트가르트 발레단 ‘말괄량이 길들이기’

  • 입력 2006년 10월 1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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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 강수진(왼쪽)이 주연한 희극 발레 ‘말괄량이 길들이기’. 사진 제공 성남아트센터
발레리나 강수진(왼쪽)이 주연한 희극 발레 ‘말괄량이 길들이기’. 사진 제공 성남아트센터
‘드라마 발레의 본산’으로 통하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은 상업용 영상물을 거의 만들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 발레단의 명성을 드높인 안무가 존 크랑코의 명작들조차 실연으로 접해야 했다. 더구나 그의 작품 중 멜로드라마인 ‘오네긴’이 워낙 알려진 탓에 다른 희극은 간과되기 쉬운데,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이 그의 대표작인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갖고 내한해 14, 15일 경기 성남아트센터에서 처음 선보인 것은 한국 관객에게 큰 행운이었다.

크랑코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셰익스피어 원작의 액자 구조를 제거한 채 카테리나(강수진)와 페트루치오, 비앙카와 세 구혼자의 얘기를 다루었다. 그러면서도 원작의 캐릭터와 줄거리를 거의 담고 있어 ‘남편은 주인, 아내는 그의 소유물’이라는 중세적 시각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그런데도 웃고 지나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여권이 신장되었기 때문이리라.

말괄량이를 다룬 발레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카테리나와 닮은 캐릭터는 다른 작품에서 발견하기 어렵다. 강수진은 목을 앞으로 쭉 빼고, 발뒤꿈치로 걷고, 거침없는 표정을 지으면서 카테리나의 드센 성질을 맘껏 표현해냈다. 전형적인 발레 테크닉은 피날레 파드되(2인무)에서나 볼 수 있었지만 강수진의 가장 큰 매력은 ‘발레에서의 연극성’에 있는 것이고, 그 재능을 희극으로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아쉬움은 없었다.

크랑코 안무의 묘미는 페트루치오와 카테리나의 대결 구도에서 가장 큰 빛을 발했는데, 다리를 툭 쳐서 넘어뜨리는 등 의표를 찌르는 구성은 널리 알려졌음에도 희극적 효과가 대단했다. 다만 크랑코가 ‘부수적 한 쌍’으로 내세운 비앙카 커플의 춤은 창의적인 카테리나 커플의 것에 비해 다소 도식적이었다.

18세기 이탈리아 작곡가 도메니코 스카를라티의 곡을 음악으로 사용한 것은 배경이 이탈리아의 파도바와 베로나인 것을 의식한 크랑코의 의도였으나 쿠르트하인츠 슈톨체의 편곡에는 약점이 많았다. 그런데도 지휘자 제임스 터글은 무용수의 스타일과 개성까지 배려하면서 처음 지휘하는 성남시향을 무리 없이 이끌었다. 세계수준의 발레단으로 도약하자면 완벽한 음악적 뒷받침이 필수적임을 재차 절감했다.

유형종 무용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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