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北의 기도’에 눈물 흘렸다…요덕스토리 기립박수

  • 입력 2006년 10월 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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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계신 아버지여. …일용할 양식은 바라지 않아요. …다만 우리를 즉결심판대에 세우지 마시고 이곳 수용소에서 구하소서. 아버지! 남조선에만 가지 마시고 공화국, 이곳 요덕에도 와 주소서….”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참상을 고발하는 뮤지컬 ‘요덕 스토리’의 막은 주기도문을 개사한 대표곡 ‘기도’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천천히 내렸다. 4일 요덕 스토리의 미국 첫 무대인 워싱턴 첫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쳤다.

워싱턴 외곽 스트래스모어 극장의 1600석을 메운 재미교포 및 미국인 관람객들은 공연 도중 눈물을 글썽이며 지켜봤다. 제이 레프코위츠 국무부 북한 인권담당 특사와 빅터 차 백악관 아시아담당 보좌관, 배리 로웬크론 국무부 인권담당 차관보,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부차관 등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한반도 외교 군사 인권정책의 책임자들도 참석했다. 첫 공연은 북한의 핵실험계획 발표 직후인 탓에 워싱턴에서 이란, 이라크 문제에 우선순위가 밀리던 북한인권 정책의 불씨가 되살아날지 관심을 모았다.

탈북자인 정성산 감독은 공연 후 무대에 올라 “요덕 스토리를 (허구가 담긴) 공연으로 보지 말아 달라. 지금 이 시각 북한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엄연한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이 뮤지컬에는 “김정일 정권을 겨냥한 문화 핵폭탄”이라는 표현이 따라다닌다.

레프코위츠 특사는 개막 직전 다과회에서 “부시 대통령도 북한 주민들의 고통에 가슴 아파 한다”며 “곧 닥쳐올 북한의 민주화를 위해 국제사회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캐슬린 스티븐스 국무부 동아태국 수석 부차관보는 준비한 한국어를 읽는 형식으로 인사말을 했다.

요덕 스토리는 4∼6일 워싱턴 공연을 마친 데 이어 11일부터 뉴욕에서 2차례, 19∼22일 로스앤젤레스에서 6차례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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