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샐러리맨 행복 만들어볼까… ‘몰입의 경영’

  • 입력 2006년 9월 2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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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입의 경영/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지음/심현식 옮김/356쪽·1만5000원·황금가지

양치기 개는 양떼와 함께 있을 때면 행동 자체가 완전히 달라진다. 집중력이 높아지고 빈틈없는 경계 태세를 유지할 뿐 아니라 자부심이 넘쳐 보이며 움직임도 활발하고 목적 의식이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개도 이럴진대 사람은 오죽할까. 시인 알리기에리 단테가 700여 년 전에 말했듯 모든 존재하는 것은 ‘존재하고자 하는 열망’을 가진다.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때 사람은 가장 큰 행복을 느끼기 마련이다.

‘몰입의 즐거움’으로 유명한 미국 심리학자인 저자는 어떻게 하면 일터에서도 몰입의 경험을 가질 수 있는지를 연구했다.

그가 설명하는 몰입이란 적당한 난이도의 과제에 온전히 집중할 때 자아를 상실하고 에너지의 흐름에 따라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자신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저자는 추상적인 행복을 좇기보다 몰입을 통해 행복의 실천적 경험인 즐거움을 자주 체험하는 것이 바람직한 삶의 방향이라고 권유한다.

몰입이 그토록 중요하다면 사람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일터에서도 가능해야 하지 않을까. 저자의 질문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일이란 때로 고통스럽고 짜증나는 과제이지만 직장은 성인에게 가장 중요한 사회적 자본의 공급원이다.

저자는 “업무의 난도가 적절히 높고 회사 내부의 지원도 이뤄질 뿐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지고 다양한 편이라면 몰입의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말한다.

기업에서 직원의 몰입을 가능케 하는 요인으로 저자는 분명한 목표, 적절한 피드백, 구체적 과제 등 세 가지를 꼽고 그 방법을 조언한다.

예컨대 시키는 일은 성실하게 하지만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직원들에겐 구체적 수행 방법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과제를 주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피드백도 중요하지만 사람은 일단 자의식을 가지면 몰입에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비판뿐 아니라 기대하지 않았던 칭찬도 자의식을 갖게 한다. 따라서 비판이든 칭찬이든 피드백을 할 때는 사람이 아니라 성과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이 책에는 경영자나 중간관리자에게 유용한 충고가 많다. 개인이 삶에서 몰입의 경험을 향상시킬 수 있는 조건에 대한 설명도 풍성하다. 그러나 이미 ‘몰입의 즐거움’을 읽은 독자라면 크게 새로울 게 없다고 여길 수도 있겠다.

흔한 잣대 대신 ‘몰입’을 기준으로 경영자의 성공을 평가한 방식도 독특하다. 저자는 “경영자들이 끊임없이 일하도록 유도하는 원동력이 혹독한 결단력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깊은 몰입의 경험”이라고 설명한다.

개인이 잠재능력을 완벽하게 발휘하려면 독특한 개성을 계발하는 분화의 과정, 다른 사람들과 인간적으로 연결되는 융합의 과정 두 가지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분화와 융합의 공존, 즉 일에 몰입해 최선을 다하되 즐겨야 하며 동시에 자신을 넘어선 대아(大我)에 무엇인가 공헌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성인이 분화와 융합을 이룰 절호의 기회는 직장에서 일을 통해, 몰입의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다. 몰입의 전제조건은 먼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상가들은 자아발견을 추구하지만 경영자들은 기회를 부여잡고 행동을 통해 자신을 알아낸다. 후자가 더 창조적이지 않은가.

원제 ‘Good Business’(2003년)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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