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과거사 政略에 쓴 혈세, 10%만 고구려사에 썼어도

  • 입력 2006년 9월 14일 03시 02분


코멘트
정부가 중국의 역사왜곡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정부 책임론’은 설득력이 있다. 그제 30여 개 단체로 구성된 ‘동북공정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는 “정부의 무대응이 화를 자초했다”고 성토했다. 학계의 판단도 다르지 않다.

정부가 중국의 역사왜곡에 맞서기 위해 2004년 3월 설립했던 고구려연구재단을 지난달 해체하고 동북아역사재단에 통합시킨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학계는 중국 사회과학원이 역사왜곡 논문들을 한꺼번에 웹사이트에 올린 시점이 고구려재단 해체 직후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역사문제를 학술교류로 풀어 나가자고 제의했던 중국은 한국 쪽 연구의 구심점이 모호해지자 역사왜곡 공세를 본격화했다. ‘북한 지역과 한강 이북까지 중국 영토였다’는 황당한 논문도 이때 등장했다.

재작년 고구려재단 출범 당시 정부는 “연간 10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지원은 첫해 50억 원, 2005년과 2006년에 60억 원씩 3년간 총 170억 원에 그쳤다. 고구려재단은 사무실과 연구 인력이 없어 애를 먹었다. “연구기관을 만들어 왜곡에 강력 대응하겠다”던 정부의 큰소리와 달리 고구려사 연구는 시종 ‘찬밥 신세’였다.

고구려재단이 동북아재단에 흡수 통합된 이후 18명의 고구려재단 연구원 가운데 4명은 일본 연구로, 4명은 행정 요원으로 업무가 바뀌었다. 중국은 동북공정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데 한국은 오히려 연구기능을 축소시킨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주 핀란드에서 만난 원자바오 중국 총리에게 유감을 표시했고, 원 총리는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했지만 믿기 어렵다. 중국은 2004년 8월 역사왜곡과 관련한 한중 간 구두합의조차 지키지 않는다. 오히려 ‘백두산 공정’을 포함한 무수한 역사왜곡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관련 논문을 양산해 왔다. 그럼에도 정부는 항의 한번 제대로 하지 않았다.

노 정권은 출범 이후 과거사 파헤치기에만 2518억 원의 혈세를 퍼부었다. 그래서 얻은 것이라곤 국민을 ‘내편’과 ‘네편’으로 갈라 갈등과 대립을 부추긴 것뿐이다. 그런 정권이 민족사 수호기관 격인 고구려재단에는 연간 100억원이 아까워 예산을 줄이다가 결국 2년여 만에 해체했다. 이 한 가지만으로도 현 정권은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