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20세기 포토 다큐 세계사 Ⅰ-중국의 세기’

  • 입력 2006년 9월 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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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포토 다큐 세계사 Ⅰ-중국의 세기/조너선 스펜스, 안핑 친 지음·김희교 옮김/268쪽·5만 원·북폴리오

물론 사진 한 장은 글보다 많은 것을 전할 수 있다. 어느 세기나 다사다난했지만 사진기술이 자리 잡고 대중화된 20세기, 남겨진 사진들은 변화와 격동의 시간을 적나라하게 증명한다. ‘20세기 포토 다큐 세계사’ 시리즈 첫 권 ‘중국의 세기’도 그렇다.

영국 엔데버출판사가 기획한 이 시리즈는 저자들이 고문서보관소와 박물관을 뒤지고 당시 활동했던 사진작가들을 찾아다니면서 사진을 수집해 만든 책이다. ‘중국의 세기’는 예일대 역사학과 석좌교수인 조너선 스펜스와 부인인 안핑 친 예일대 교수가 300여 장의 사진을 수집하고 글을 썼다. 대부분의 사진은 수십 년간 감춰져 있었거나 중국 이외 지역에서 발표되지 않았던 것들로, 1996년 이 시리즈가 영국에서 선보이면서 알려졌다.

멸망해 가는 제국의 모습과 참혹한 전쟁의 상처, 혁명가들의 초상을 만날 수 있다. 거대한 제국인 중국의 20세기가 얼마나 큰 폭력에 시달렸는지 흑백사진 한장 한장이 증명한다. 20세기 초까지도 남아 있었던 전족의 풍습으로 성인이 손보다도 작은 발을 갖고 있는 사진은 끔찍하다. 전족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소녀들이 자유롭게 줄넘기하는 사진을 비교해 보면 더욱 그렇다.

1910년 청나라 총독과 총리대신으로 활약했던 위안스카이(袁世凱)가 정계에서 물러났을 때 중국 허난(河南) 성에서 찍은 사진도 실려 있다. 그는 얼마 뒤 청조의 요청으로 중화민국의 초대 총통으로 취임한다. 사진 속 위안스카이의 날카로운 표정을 통해 꺾이지 않은 야심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 황제 푸이(溥儀)의 모습은 쇠락하는 제국과 겹쳐진다. 변발을 자르고, 안경을 쓰고, 양복을 입은 푸이는 어색해 보인다.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는 중국이 그랬다. 전통의상을 입었지만 머리에 컬을 넣고 양담배를 든 여성, 누드모델을 그릴 수 있다는 데 들떠(청나라 때는 살아있는 여성을 모델로 그리는 것은 불법이었다) 벌거벗은 모델 여성과 기념사진을 찍은 미대 학생들 같은 사진이 그렇다. 사진 속의 사람들은 신기하고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지만 그 역사를 알고 보는 사람은 쓸쓸하다.

혁명가가 처형되는 장면, 일본 측의 공습으로 다친 사람이 길에 누워 있는 장면 같은 참혹한 사진도 있다. 홍군의 승리, 문화대혁명의 무자비함, 군벌 4인방의 파괴행위, 톈안먼(天安門) 광장의 비극 등 혼란스러운 중국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사진을 이루는 것은 지도자와 군인, 예술가뿐 아니라 도시의 남녀, 논밭의 농민 등 숱한 보통사람들이다. 역사에 희생됐던 것이 사람들이었음을 사진들이 웅변한다. 원제 ‘The Chinese Century’.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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