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패션리더는 깃털모자 썼다… ‘절풍’ 모형 공개

  • 입력 2006년 9월 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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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총 고분 벽화 ‘수렵도’에 나오는 고구려 무사의 모자 절풍(왼쪽)과 이를 흙으로 만든 모형들. 이번에 발굴된 모형 절풍 옆면의 도드라진 부분은 모자에 장식한 깃털을 나타낸다. 사진 제공 토지박물관
무용총 고분 벽화 ‘수렵도’에 나오는 고구려 무사의 모자 절풍(왼쪽)과 이를 흙으로 만든 모형들. 이번에 발굴된 모형 절풍 옆면의 도드라진 부분은 모자에 장식한 깃털을 나타낸다. 사진 제공 토지박물관
무용총 내 고구려 고분 벽화인 ‘수렵도’를 보면 사냥을 하고 있는 고구려 기마인들이 쓴 모자가 인상적이다. 날렵한 형태의 모자와 하늘로 뻗은 모자 위 깃털은 당시 고구려인들의 기상을 상징한다.

토지박물관은 31일 경기 연천군 장남면 호로고루(瓠蘆古壘) 유적지에서 발굴된 흙으로 만든 고구려 관모(冠帽)의 모형을 공개했다.

‘절풍(折風)’이라는 이 모자는 당시 6, 7세기 고구려인들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쓰던 것으로 이번에 발굴된 유물은 당시 피혁이나 베, 비단으로 만들던 절풍을 흙으로 빚은 것이다.

높이가 7cm 정도로 실제 절풍(17∼21cm)보다 작다. 조선시대 사람들이 상투에 갓을 썼다면 고구려인들은 상투에 절풍을 쓰고 다녔다. 모자의 형태는 위는 뾰족하고 가운데는 둥글며 아래쪽에는 끈을 연결하던 구멍이 뚫려 있다. 밑이 굴곡이 져 정수리에 살짝 덮어썼던 것으로 보인다.

토지박물관 심광주 팀장은 “이 모형은 무덤 속에 소장할 의례용이나 제사를 지낼 때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기존 고구려 고분 벽화 등에서 표현된 절풍의 실제 모습을 유추할 수 있는 자료로 당시 고구려인들이 주로 쓰던 모자 모양을 입체적으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고구려 모자 패션의 포인트는 깃털. 발굴된 절풍 모형에도 당시 모자의 특징인 새의 깃털이 상징화되어 있다. 모자 옆 도드라진 부분이 바로 깃털을 표현한 것.

숙명여대 박선희(사학 전공) 교수는 “한반도에서도 고구려 절풍이 나온 것은 만주와 한반도가 한 문화권이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고구려는 건국 초부터 중국이나 북방지역과 끊임없이 접촉했지만 고조선시대부터 절풍을 쓰던 한민족 고유의 복식문화를 멸망할 때까지 고수했다”고 말했다.

이번 발굴에서는 현존하는 석축 성벽 이전에 고구려가 세웠던 목책(木柵) 시설과 연꽃 이파리 6개를 형상화한 6엽연화문 와당, 저울추, 삼족벼루(삼족연·三足硯), 각종 철기류, 기와 토기 등도 출토됐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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