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불국사의 달밤 등 밝혀 탑돌이…‘달빛신라 역사기행’

  • 입력 2006년 9월 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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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신라 역사기행’에 참가한 가족 여행객들이 땅거미 짙게 내린 불국사 대웅전 마당에서 백등을 들고 탑돌이를 하고 있다. 가운데 탑은 석가탑. 경주=조성하 여행전문기자
‘달빛신라 역사기행’에 참가한 가족 여행객들이 땅거미 짙게 내린 불국사 대웅전 마당에서 백등을 들고 탑돌이를 하고 있다. 가운데 탑은 석가탑. 경주=조성하 여행전문기자
직접 고른 한우 암소의 등심과 갈빗살만 엄선해 구이로 내는 다경 한우숯불구이(경주시 산내면)식당의 숯불석쇠구이. 경주 톨게이트에서 가깝다.
직접 고른 한우 암소의 등심과 갈빗살만 엄선해 구이로 내는 다경 한우숯불구이(경주시 산내면)식당의 숯불석쇠구이. 경주 톨게이트에서 가깝다.
신라의 달밤. 그 모습을 보자면 신라문화원(원장 진병길)의 ‘달빛신라 역사기행’이 제격이다. 보름밤 달빛 아래서 신라 고적을 감상하고 백등을 든 채 탑돌이하며 국악공연에 젖어드는 운치 만점의 답사프로그램이다. 매달 펼쳐지는 ‘달빛신라 역사기행’ 중 지난달 불국사 행사를 소개한다.

토함산 불국사. 저녁 해가 대웅전 지붕 너머로 지고 있다. 온종일 관광객의 발길에 소란스럽던 절이 적막강산으로 변하는 것도 이즈음. 범영루의 법고 앞에 스님 세 분이 섰다. 잿빛 장삼 위로 갈색 가사를 걸친 엄숙한 모습. 파르라니 깎은 머리, 그윽한 그 표정이 비장하다.

오후 6시 45분. 소매를 걷어붙인 스님이 북채를 잡고 법고를 두드린다. 때로는 크게, 때로는 작게. 긴 여운의 울림과 그 뒤로 이어지는 재빠른 휘모리의 탁음. 법고에 이어 목어와 운판의 간결 담백한 소리가 뒤따른다. 그리고 널리 울려 퍼지는 범종소리…. 모두가 억조창생을 진리의 세계로 인도하는 부처님의 법어다.

범종의 울림이 잦아들 즈음, 이번에는 목탁소리가 절 마당을 채운다. 저녁 예불이 시작된 것이다. 대웅전의 법당 안. 장삼 가사 차림의 스님들이 ‘지심귀명례(至心歸命禮·지극한 마음으로 생명의 원천으로 돌아가 예배를 올립니다)’를 반복 염송한다. 어스름 땅거미 내린 절 마당의 어둠 속에서는 불빛이 하나둘 피어난다. 달빛신라 역사기행에 참가한 200여 명이 밝힌 백등이다.

백등의 불빛. 그것은 부처님 말씀을 뜻한다. 불빛이 어둠을 내몰 듯 말씀은 진리를 설파한다. 그 백등이 밝힌 어둠 속의 석가탑과 다보탑. 예불이 끝나자 참가객들은 탑돌이를 시작한다. 석가탑을 돌아 다보탑으로 가는 발길. 손에는 저마다 백등이 들려 있다. 한 바퀴, 또 한 바퀴. 처음에는 소원성취를 위해 들었던 백등. 그러나 탑돌이가 거듭되면서 사람들은 제 소원보다는 깨달음을 구한다. 작은 촛불이 캄캄한 어둠을 몰아내는 그 놀라운 힘을 통해 불법의 진리를 경험한 덕분이리라.

탑돌이 후에는 절 밖에서 국악공연이 펼쳐졌다. 장소는 절 아래 ‘동리 목월 문학관’ 마당. 국악실내악단 가람(신라문화원 부설)이 공연하는 한 시간 내내 마당에서는 경주 시니어클럽(보건복지부의 노인일자리창출 프로그램) 회원들이 시원한 녹차를 대접했다.

마지막 순서는 강강술래. 장장 20분 동안 200여 명이 손에 손을 잡고 풍물패의 장단과 민요합창에 맞춰 신나게 마당을 뛰어다녔다. 모르는 이가 서로서로 손을 잡고 함께 뛰어놀게 만드는 신바람 나는 놀이공간. 달빛신라 역사기행은 이렇듯 정겹고 흐뭇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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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신라 천년향기가 한우 숯불구이와 만날때…▼

경주 여행길에 들를 만한 맛집, 명물을 소개한다.

▽다경 한우숯불구이=경부고속도로로 경주를 오가는 도중 들르기 좋은 위치에 있는 맛있는 고깃집. 주소는 경주시 산내면 의곡리 159-1. 산내면은 이름난 불고기 촌이다. 한우식당이 40곳쯤 있는데 ‘다경’은 의곡교 건너 마을 초입의 첫 집. 22년째 김성자 씨가 식육점과 함께 운영 중이다. 고정 거래하는 농장에서 직접 고른 한우암소만 ‘작업’(의뢰도축)해 판매한다.

뼈를 제거한 갈빗살과 등심만 참숯화로에서 굽는다. 1인분(130g)에 1만6000원. 나머지 고기는 식육점에서 판다. 냉장고 문을 열고 냄새를 제거한 뒤에야 고기를 넣을 정도로 숙성에 세심하게 신경 쓴다. 고추장 등 양념도 직접 담근 것을 쓴다. 식사는 밥과 된장찌개(1000원), 잔치국수(2000원). 경부고속도로 건천 나들목(경주 톨게이트로부터 7분 거리)에서 12분 걸린다(국도 20호선). 운문사가 35분, 석남사가 30분 거리다. 054-751-7458.

▽서라벌 찰보리빵(사진)=‘찰보리빵’은 ‘황남빵’의 뒤를 잇는 경주 명물. 찰보리 가루를 우유 버터로 반죽해 얇게 구운 뒤 샌드위치처럼 겹쳐 그 사이에 단팥을 넣은 빵이다. 경주 시내 찰보리 빵집은 26곳.

그중 경주역 부근의 ‘서라벌 찰보리 빵집’은 보건복지부가 노인일자리 창출을 위해 자금을 지원한 ‘경주시니어클럽’이 직접 운영(8명)하는 곳이다. 방부제를 쓰지 않고 수입기계를 이용해 위생적으로 만든다. 수익은 모두 여기서 일하는 회원 몫. 방문 시 ‘서라벌’이라는 상표를 꼭 확인해 달라고 당부한다. 택배주문 054-777-0070(공공칠빵).

▽청람 천연염색 한복연구소=신라염궁(왕궁복식의 염색을 주관한 곳)의 전통을 되살리려는 향토염장 박순라 씨가 운영. 천연염색 옷감으로 직접 디자인한 한복(전통·개량)과 소품(기념품) 판매. 경주세무서 앞. 054-743-3577.

경주=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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