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비]법현/마음 공부에는 만물이 스승

  • 입력 2006년 8월 3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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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이보다 그 일을 더 잘하는 이들이 있음을 알고 놀랄 때가 있다. 축구선수보다 공을 잘 차고, 음악가보다 연주를 잘하며, 교수보다 더 논리적이고, 종교인보다 더 양심적인 이들을 만난다. 더 놀라운 것은 우리 수행자들보다, 아니 수행자라고 자처하는 나보다 더 마음공부를 많이 한 이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라디오로 부처님의 법음(法音)을 전하는 불교방송에 ‘살며 생각하며’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지금은 교수이자 시인이 진행하고 있지만 나도 몇 달 맡았던 적이 있다.

밤 방송이라 조금 힘이 들 때면 근처에 있는 목욕탕에 미리 가 몸을 씻고 뜨거운 증기로 몸을 덥혀 땀을 내곤 했다. 몸이 가뿐해지지는 않더라도 방송을 하기에는 무리가 없을 정도로 효과가 있었다.

그날도 좀 찌뿌드드한 몸을 풀려고 목욕탕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표를 산 뒤 탕이 있는 지하실 계단을 걸어 내려가는데 탕 입구에서 구두를 닦던 이가 반갑게 인사를 했다. “스님, 안녕하세요.” 그래서 나도 반갑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그런데 그가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스님이 여기에는 왜 오셨어요?” 그래서 난 아무 생각 없이 “왜 오긴요, 목욕탕에 때 닦으러 왔지요”라고 대답했다.

그이의 다음 말이 내 가슴을 크게 울렸다. “아, 마음을 닦는 스님이 뭐 하러 일반인처럼 목욕탕에 옵니까.” 맘 닦는 스님이라고 몸 닦는 일을 소홀히 해도 된다는 법은 없지만 그만큼 나에 대한 기대치가 크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수행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중요한 일은 스승을 찾아서 가르침을 얻는 일이다. 누구나 다 알지만 그 일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그러나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면 뜻밖의 스승을 만날 수 있다. 온 누리에서 삶을 살고 있는 모든 이, 모든 존재들이 가르침을 펴고 있는데 눈 뜨지 못한 나만 스승을 제대로 만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법현 태고종 사회부장·열린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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