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아버지 시대!…'괴물' 등 엄마빈자리 메우며 인기

  • 입력 2006년 8월 25일 19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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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잃은 부모 마음이 한번 썩어 들어가기 시작하면 그 냄새가 십리 밖을 진동하는 거여."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괴물'에서 박강두의 아버지인 박희봉(변희봉)과 현서의 아버지인 박강두(송강호)의 자식 사랑은 막강한 괴물의 물리적 힘을 대항하는 유일한 힘이다.

그동안 아버지는 직장과 가정에서 무기력하고 소외된 남자로 그려졌으나 최근 영화, 방송, 광고 등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가족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진정한 남자'로 대표되고 있다.

'괴물'을 비롯해 부성애를 그린 영화가 줄을 잇고 있다. 3일 개봉한 '플라이 대디'에서는 39세 평범한 중소기업 과장 장가필(이문식)이 성추행당한 딸을 위해 싸움을 배운다. 24일 개봉하는 '원탁의 기사'는 한 술 더 떠 뇌진탕으로 사망한 아버지(임하룡)가 "잠시만이라도 아들 곁에 있고 싶다"며 애원한다. 하반기 개봉 예정인 설경구 주연의 영화 '그 놈 목소리'와 김수로 주연의 '잔혹한 출근'은 모두 자식이 유괴를 당하자 자식을 찾아 나선 아버지의 헌신적인 모습을 다뤘다.

모성애를 많이 그렸던 TV 드라마에서도 부성애 열풍은 이어지고 있다. KBS2 드라마 '투명인간 최장수'에서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강력계 형사 최장수(유오성)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동안 딸에게 최선을 다한다. MBC 드라마 '주몽'에 등장한 주몽의 아버지 해모수(허준호 )는 죽는 순간까지 주몽에게 자신의 꿈, 사회적인 역할, 철학을 일러주는 강한 부성애를 드러낸다. 오락 프로그램인 KBS2 '그랑프리 쇼 여러분'의 코너 '불량아빠 클럽'에서는 이경규, 김구라, 김창렬 등 자녀를 둔 연예인들이 출연해 자상한 아빠임을 과시한다.

광고에서도 부성애는 단골 소재가 됐다. SK텔레콤 광고에서는 해외여행을 떠나는 딸에게 아버지는 문자 메시지 로밍 서비스를 알려준다. 대한생명 광고는 "넘어질 것을 두려워 마라, 어른이 되는 것을 겁내지 마라"라며 딸을 시집보내는 아버지의 마음을 담았다.

요즘 대중문화에서 나타나는 아버지는 추진력과 열정을 갖고 있다. 더 이상 입이 무거운 존재도 아니다. 싸움을 잘 하기 위해 체력을 단련하고 아이를 구하기 위해 어느 어머니 못지않은 괴력을 선보이는 등 부성애는 '쿨'하고 적극적이다.

이들의 모습은 이순재, 최불암 등으로 대표되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다르다. 또 외환위기 직후 연민이나 격려의 대상이었던 아버지와도 다른 모습이다.

영화평론가 심영섭 씨는 "송강호, 이문식 등 탈 권위적 아버지의 역할은 어머니의 빈자리를 메우는 '아머니'같은 아버지"라며 "이는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짐과 반대로 아버지는 가정에 더 밀착하는 '가족의 영웅'으로 재탄생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정에서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밀려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등 소심하고 힘없는 소시민으로 물러나 있었다"며 "최근 대중문화속의 아버지는 아버지 상에 대한 재조명작업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김윤종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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