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박물관장에 김홍남씨…"박물관은 규모아닌 콘텐츠"

  • 입력 2006년 8월 8일 21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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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용산에 보금자리를 튼 국립중앙박물관이 또 다른 시대를 맞게 됐다.

60년이 된 박물관 역사에서 처음으로 여성 관장 시대가 열렸다. 또 박물관 내부 인사가 아닌 외부 출신자가 처음 수장으로 임명되는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게 됐다.

8일 단행된 차관급 정부기구 인사에서 국립중앙박물관장에 발탁된 김홍남(58) 씨. 지난 3년간 국립민속박물관장으로 일한 그는 국립박물관장 임명 소식을 접한 직후인 이날 오후 5시반 민속박물관에서 기자간담회를 마련했다.

김 관장은 3년 전 당시 1급 상당 개방직 직제였던 국립중앙박물관장직 공모에 응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왜 그토록 국립박물관장이 되고 싶었냐'는 질문에 "3년 전 그 때는 정말로 국립박물관장을 해 보고 싶었으나, 이후 국립민속박물관장으로 일하게 되면서는 그런 욕심을 버리고 오로지 민속박물관에만 올인했다"고 말했다.

여성이자 박물관 외부인사로는 첫 주인공이 된 소감을 묻자 김 관장은 자신은 '준비된 관장'이며 '자격이 충분한 관장'임을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나는 내가 여성이기 때문에 (이번 인사에서)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나는 이화여대박물관장으로 6년을 일했고, 미국 박물관에서도 7,8년간이나 일했으며, 지금까지 3년 동안 민속박물관장으로 일했습니다. 이런 나 자신을 '박물관인'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외부에서도 이런 나를 '박물관인'으로 인정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박물관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 임명장을 받고 업무 파악을 끝낸 다음 기회로 답변을 미루겠다고 말했지만 기본적인 방향만큼은 제시했다.

김 관장은 용산시대 개막 이후 국립박물관은 "이사(이전)하고 (유물들) 자리 잡느라 정신이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새 용산박물관이 내세우는 '세계 6대 박물관' '동양 최대 박물관'이라는 선전구호에 대해서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우리만 동양최대 박물관이라고 떠들어봤자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남들이 알아줘야지요. 문제는 박물관 (건물이나 전시실) 규모가 아니라 콘텐츠입니다. 남들에게서도 동양 최대 박물관이라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외부와도 끊임없이 소통해야 합니다."

그는 박물관의 전시와 교육 기능을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등 새로운 프로그램의 개발과 확충을 강조했다.

"박물관 양대 기능은 전시와 교육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둘을 효과적으로 연결시켜야 합니다. (박물관) 대강당은 미어터지는데, 막상 전시실은 파리만 날리는 일을 자주 봅니다. 전시 유물과 연계된 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이에 의해 관람객을 일정한 순서에 따라 인도하는 '강제적 관람'을 지양하고, 선택적·자발적 관람을 유도하는 전시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명품 감상' 프로그램 같은 것을 마련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자발적 관람이 이뤄져야만 감흥이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미국 국적, 혹은 이중국적을 갖고 있지 않느냐는 논란에 대해서는 "나는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이며, 대한민국 여권을 소지하고 있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대한민국 국민이기를 포기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국에서 취업을 할 수 있는 외국인 영주권을 매릴랜드대학 졸업 직후 취득해 지금까지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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