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대 ‘틀‘ 깨러 오라…80년대생 작가군 문단에 성큼

  • 입력 2006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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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생 작가’가 달려오고 있다. 첫 소설집 ‘달려라, 아비’ 하나로 스타가 된 1980년생 김애란 씨, 최근 창작집(‘달로’)으로 ‘텍스트주의자’라는 별명이 붙은 82년생 한유주 씨, 문학동네작가상의 지난해 수상자인 81년생 안보윤 씨 등이 그들이다.》

여기에 등단 3년 차인 81년생 김유진 씨와 지난해 등단한 82년생 염승숙 씨는 아직 소설집도 펴내지 않았지만 기대할 만한 신인으로 꼽힌다.

보통 10년 단위로 세대를 구분하는 한국문학의 특성상 이들 작가군의 출현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참신한 신인들의 등장을 고대해온 문단은 가장 어린 작가들이 줄지어 등장했다는 데 주목한다. ‘80년대생 20대 작가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상상력에 기대를 거는 것이다.

평론가 이광호 씨는 “80년대생 유망주들은 20대라는 이른 나이에 문단의 조명을 받는 점에서 70년대생 작가들과 구별된다”고 말한다. 김연수 김경욱 천운영 윤성희 정이현 씨 등 70년대에 태어난 작가들은 현재 탄탄한 작품을 발표하고 있으나 대부분이 30대에 들어선 이후 주목받는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들 20대 작가군의 특징으로는 사회와는 무관해 보이는 개인적인 얘기를 쓴다는 점이 꼽힌다.

70년대생만 해도 희미하게 남은 최루탄 가스가 작품에 스며 있는데, 80년대생 작가들의 소설에서는 이를 찾아볼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세대에 대한 자의식도 별로 없다.

김애란 씨는 “80년대생 세대의 특징을 잘 모르겠다”면서 “그냥 동시대를 살아가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한다. “지금은 내 만족을 위해 쓸 뿐”(안보윤)이라는 말처럼 창작 행위의 동기도 개인적이다.

평론가 허윤진(26) 씨는 동년배 작가들에 대해 “사회 공통의 관심사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알아들을 수 없는 ‘개인 방언’을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도 소설 속에 개인적 공간이 사회나 집단의 횡포로 인해 공격받는 상황이 묘사된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소설집 ‘달려라, 아비’에 실린 단편 ‘종이물고기’에서 주인공은 단칸방 벽을 포스트잇으로 채워나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작업을 하지만, 그 벽은 철거반에 의해 허물어진다.

‘달로’에 실린 ‘죽음의 푸가’에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독백을 이어가고 싶지만 9·11테러의 비극에 충격받아 괴로워하는 화자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러나 80년대생 작가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패기 있고 도발적인 작품으로 문단을 개척하려는 모습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황석영의 ‘장길산’, 최인호의 ‘별들의 고향’, 이인성의 ‘낯선 시간 속으로’ 등 문단의 중진 작가들의 대표작품은 모두 20대에 쓴 것이다.

이들에 비해 80년대생 작가들은 “깜찍하고 재주 있지만 파격적이기보다는 안정된 소설을 쓰려고 한다”는 게 평단의 중론이다.

평론가 황종연 씨는 “젊은 작가들은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정답 없는 질문을 새롭게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면서 “어디서 본 듯한 소설이 아니라, 과감한 모험이 드러난 작품을 시도해 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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