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푸드]위스키는 폭탄주용이 아닙니다

  • 입력 2006년 6월 1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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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하나.

맥주와 같은 보리 낟알 ‘맥아(몰트)’를 원료로 만들며 12세기 유럽에선 약용으로 쓰인 것. 18세기 아일랜드의 한 음유시인이 숨을 거두기 직전 “좋은 친구와 작별의 키스를 나누고 싶다”며 청했던 것으로 켈트어로 ‘생명의 물’이란 뜻을 지닌 이것은 무엇일까.

위스키다.

한국에서 폭탄주 제조용으로도 이름난 위스키의 한국 시장 규모는 연간 1조 원이 넘는다. 해외 위스키 업체들은 한국을 ‘세계 5대 위스키 소비국’으로 대접한다.

이 같은 소비량에 비해 한국에선 위스키를 마시는 법이 다양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주종과 관계없이 스트레이트나 얼음을 넣어 마시는 ‘온 더 록스’, 아니면 폭탄주.

유태현(임피리얼팰리스 호텔 ‘조이 바’ 지배인) 박성혜(웨스틴조선 호텔 바텐더) 이종기(조니워커 스쿨 원장) 유호성(진로발렌타인스 차장) 씨 등 전문가에게 ‘위스키 음주법’을 들어봤다. 안주는 임피리얼팰리스 호텔 이도엽 조리사가 추천했다.

▼위스키 제대로 즐기기▼

○ 몰트 스카치 위스키

스카치 위스키의 본고장 스코틀랜드에서는 상온의 물과 1 대 1로 섞어 마시는 게 대중적이다. “물 없이 위스키를 즐기지 말고 위스키 없이 물을 마시지 말라”는 말도 있다.

스카치 위스키 중에서도 맥아만을 원료로 숙성시킨 몰트 위스키가 물과 잘 어울린다. 물과 섞었을 때 색과 향과 맛이 좋다. 최근 국내에서 인기를 끄는 싱글 몰트위스키는 한 증류공장에서 만들었다는 뜻. 여러 증류 공장의 위스키를 섞은 것은 ‘배티드(vatted)’ 몰트 위스키라고 부른다.

술에 물을 타는 게 어색하면, 위스키를 마신 뒤 물을 한 모금 마시는 방법도 있다. 이때 마시는 물을 ‘체이서(chaser)’라고 하는데 스트레이트의 순수한 맛과 물과 섞는 부드러운 맛을 함께 느낄 수 있다. 다만 위스키를 마시는 즐거움 중 하나인 ‘피니시(finish·위스키의 잔향)’를 잃는 단점이 있다.

잘 어울리는 안주는 과일. 과일의 풍부한 수분과 향이 위스키의 맛과 향을 더해 준다.

○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

온 더 록스는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방법. 몰트 위스키를 비롯한 옥수수 밀 등 곡류를 발효시킨 그레인 위스키를 혼합한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에 알맞다. ‘발렌타인’ ‘제이앤비’ ‘커티샥’ ‘올드파’ 등이 이 계열이다.

온 더 록스는 깔끔하면서도 ‘목 넘김’을 부드럽게 한 게 장점. 이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술잔을 미리 차갑게 만들어 놓는 게 좋다. 얼음 위로 위스키가 흘러내리자마자 바로 마셔야 술의 온도가 적당해 참맛을 즐길 수 있다.

위스키 자체를 얼려 마시는 방법도 있다. ‘조니 워커’ 중 골드라벨은 반나절 정도 얼려 끈적끈적해진 상태에서 먹기도 한다. 미묘한 과일 맛과 짙은 초콜릿 향 덕분에 애주가들에겐 ‘프로즌 골드(frozen gold)’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온 더 록스에 어울리는 안주는 신선한 해산물 샐러드. 입맛을 크게 자극하지 않으면서 입안을 개운하게 해줘 온 더 록스의 부드러움을 훼손하지 않는다.

○ 아이리시 위스키

스트레이트는 가장 순수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 방법으로 모든 위스키에 해당된다. 유 지배인은 “그중에서도 남성적 체취가 강한 아이리시(irish) 위스키가 스트레이트에 적당하다”고 말했다.

영국 스코틀랜드 캐나다는 위스키의 철자를 ‘whisky’라고 쓰는 데 비해 아일랜드는 특별함을 강조하기 위해 ‘whiskey’로 쓴다. 미국산 위스키 철자는 아이리시 스타일을 따른 것이다. 맥아만을 원료로 하는 몰트 위스키와 달리 아이리시 위스키는 보리 호밀 밀에 엿기름을 원료로 사용한다. 아이리시 위스키는 휘핑 크림을 넣은 아이리시 커피에도 잘 어울린다. 대표적인 아이리시 위스키인 ‘제임슨’은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넣어 먹기도 한다.

스트레이트에는 안주가 필요없으나 이 조리사는 이탈리아 요리인 ‘카프레제 샐러드’를 추천했다. 토마토 위에 모차렐라 치즈를 얹고 올리브유, 발사믹 식초 등을 뿌린 요리로 부드럽고 편안한 맛이 강한 스트레이트와 조화를 이룬다.

○ 아메리카 위스키

맛과 향이 강렬한 위스키는 여성이나 술에 약한 사람들에겐 부담스럽다. 이 때문에 탄산음료를 섞거나 칵테일로 마시기도 한다.

콜라는 미국산 위스키에 좋다. 미국산 위스키는 옥수수 함량이 50%가 넘어 단맛이 강해 콜라와 잘 어울린다. 버번 위스키 ‘짐 빔’과 테네시 위스키 ‘잭 대니얼’이 유명하며 가장 좋은 배합비는 2(위스키) 대 1(콜라).

캐나디안 위스키는 호밀 옥수수 밀을 원료로 해 부드럽고 경쾌한 맛이 특징. 19세기 말부터 영국 왕실에 납품하고 있는 ‘캐나디안 클럽’은 사이다와 섞어 마시면 맛있다. 달콤한 탄산음료를 섞어 마시기 때문에 안주로는 고소한 튀김 종류가 찰떡궁합. 게살과 대파를 밀전병으로 말고 프라이팬에 튀겨 내놓으면 술안주로 그만이다.

○ 일본 위스키

일본의 위스키 제조사인 ‘산토리’ 사가 제시한 방법으로 ‘오유와리’라고 부른다. 미지근한 물과 섞어 마시기 때문에 위스키의 향을 더욱 강하게 한다.

오유와리는 위스키 판매를 늘리기 위한 마케팅 전략의 하나로 제안한 것. 일본의 ‘사케’를 데워 먹는 습관과 독한 술을 좋아하지 않는 일본인의 특성을 위스키에 응용했다.

산토리사의 또다른 홍보 전략은 ‘젓가락.’ 가정에서 일본 음식과 함께 먹기에도 산토리 위스키가 좋다는 점을 내세웠다.

추천 요리는 ‘참치 가르파치오.’ 참치를 흑임자와 참깨에 묻혀 살짝 익힌 뒤 올리브 드레싱을 뿌려 먹는다. 오유와리의 더운 맛이 참치의 시원한 맛과 조화를 이룬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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