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월드컵 중계방송 “뉴미디어도 뛴다”

  • 입력 2006년 6월 14일 03시 08분


코멘트
《회사원 차영찬(32) 씨는 2006 독일 월드컵 한국-토고전이 열린 13일 밤 야근을 했다. 거리 응원도, TV 시청도 불가능한 상황. 하지만 차 씨는 위성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MB)을 통해 업무 중 틈틈이 경기를 봤다. 대학생 김인표(26) 씨는 12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인터넷에 접속했다. 호주-일본전, 가나-이탈리아전 하이라이트 방송을 보기 위해서다. 아르바이트 때문에 저녁 시간대에 TV를 볼 수 없는 김 씨는 인터넷으로 경기를 보는 데 익숙하다.》

○ TV 없이도 월드컵 본다

2006 독일 월드컵은 스포츠 축제이자 미디어 업계로서는 지상파 독점 시대에 중요한 변곡점이다. 인터넷 생중계, 1인 미디어 중계, 미디어 이종 교배 중계 등 뉴미디어의 경연장이 되고 있다.

두드러진 현상은 ‘채널 다각화’. 미디어다음은 SBSi와 함께 월드컵 중계권 대행사인 인프런트사로부터 인터넷 생중계권을 얻어내 13일 한국-토고전을 생중계했다. 토고전 당일 인터넷 시청자는 100만∼120만 명으로 추정된다. 위성 DMB ‘TU미디어’, 지상파 DMB ‘한국DMB’, 인터넷TV포털 ‘곰TV’도 월드컵 경기를 방영한다.

지상파가 월드컵 콘텐츠 제작을 독점 생산하던 방식도 깨지고 있다. 누리꾼 김도형(31) 씨는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를 통해 한국 시간으로 매일 오후 7시 독일 현장을 생방송으로 중계한다. 이른바 이용자 제작 콘텐츠(User Created Con-tents)인 것.

중계방송 차량도 없이 노트북컴퓨터와 웹캠 한 대만으로 경기장 주변 모습, 훌리건과의 만남, 월드컵 패션 등 공중파 방송이 담기 힘든 내용을 소개한다. 현재까지 6만여 명이 김 씨의 방송을 봤다. 이종 미디어 간의 하이브리드 제작도 이루어지고 있다. 케이블TV방송사인 CJ케이블넷과 위성 DMB TU미디어, 동영상사이트 엠군은 합동 제작인력을 구성해 독일 현지에서 월드컵 특집 프로그램을 공동제작하고 있다. TU미디어 허재영 홍보팀장은 “지상파에 적합한 방송이 아니라 케이블, 위성, 인터넷 방송 등의 특성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월드컵 전쟁? 뉴미디어 전쟁

미디어 학자들은 독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미디어 소비자가 생산자가 되며, 사용자 친화로 무장한 마이크로 미디어가 매스 미디어와 맞붙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뉴미디어 월드컵 방송은 아직까지는 지상파 방송의 보완재 역할에 그치고 있다. 다음의 김태호 월드컵TFT팀장은 “월드컵 섹션의 배너 광고나 동영상 시청 전 광고를 통해 수입을 올리지만 아직은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음의 월드컵 인터넷 중계를 통한 전체 예상 매출은 100억 원 정도다.

김사승(언론홍보학) 숭실대 교수는 “2002년까지는 지상파만이 빅 이벤트 방송을 생산할 수 있는 도구를 갖고 있었지만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뉴미디어도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게 됐다”면서 “기존 미디어 조직들과 차별화된 콘텐츠, 저렴한 제작비, 전송 수단의 다양화 등 영상미디어 생산 기반이 사용자 중심의 환경이 된 만큼 미디어 생태계의 외연이 갈수록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