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 서울대는 ‘환수’ 도쿄대는 ‘기증’

  • 입력 2006년 6월 1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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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대 규장각에서 규장각 직원이 조선왕조실록 중 중종실록과 선조실록 일부를 공개했다. 강병기 기자
31일 서울대 규장각에서 규장각 직원이 조선왕조실록 중 중종실록과 선조실록 일부를 공개했다. 강병기 기자
서울대는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 47책을 도쿄(東京)대로부터 돌려받기로 한 것과 관련해 31일 이 대학 행정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93년 만에 47책을 환수하게 된 배경과 의미, 향후 절차 등에 대해 밝혔다.

▽환수 배경=사토 신이치(佐藤信一) 도쿄대 부총장은 지난달 15일 서울대를 직접 방문해 “오대산본 47책을 서울대에 ‘기증’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도쿄대 총장 명의의 서한을 정운찬 서울대 총장에게 전달했다.

고미야마 히로시(小宮山宏) 도쿄대 총장은 이 서한에서 “서울대 개교 60주년과 규장각 창립 23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조선왕조실록을 서울대에 기증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도쿄대 총장이 서울대 개교 60주년 축하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론 1990년 학술교류 협정을 맺은 서울대에 오대산본을 기증하는 모양새를 갖춤으로써 일본 내 우익세력의 반발을 피하려 했다는 게 서울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도쿄대는 ‘기증’, 서울대는 ‘환수’=도쿄대는 일본 내 우익세력들의 반발을 피하기 위해 ‘기증’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서울대는 우리 것을 돌려받는 것인 만큼 ‘환수’라는 점을 강조했다. 서울대 규장각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 환수위원회 위원장인 이태수 대학원장은 “도쿄대는 ‘기증’, 서울대는 ‘환수’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데 두 학교가 합의했다”며 “일본이 빼앗아 간 문화재니까 사과와 함께 돌려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럴 경우 환수가 힘들어지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7월 중순경 도쿄대로부터 오대산본을 환수하면 문화재청에 문화재 지정을 신청한 뒤 문화재청의 관리 지침에 따라 오대산본을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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