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호 “이대론 한국 무대예술 미래없다… 구조조정해야”

  • 입력 2006년 5월 30일 15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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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에만 치중하는 국공립 극장 전속 단체를 전부 해체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한국 무대 예술의 미래는 없다.”

연극평론가 서연호(사진·65) 고려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는 30일 정년퇴임 기념강연에서 한국의 문화 행정 시스템 전반을 비판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서 교수는 이날 고려대 문과대학에서 ‘한국 드라마의 세계화’를 주제로 강의하면서 “현재 우리나라에는 국공립 극장만 해도 271개가 있고, 산하 기관으로 극장 1곳당 서너 개의 전속 공연 단체가 있다”며 “그러나 이들 전속 단체의 운영 방식은 제대로 된 콘텐츠 하나 나오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전속 단체 당 약 30~40억 정도의 예산이 드는데, 일 년에 작품 한두 편을 무대에 올리고는 만다”며 “창작 개발은 않고 전부 인건비로만 예산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전속 단체는 새 단원이 충원되지 못하고 있어 점점 ‘늙은 단체’가 돼 가고 있다. 노조가 워낙 강성이여서 자리 보존만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운영 방식이 관행적으로 이뤄지면서 공연 예술계는 속으로 멍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국공립 극장 전속 단체들은 다 해체돼야 한다. 좋은 작품도 내지 못하면서 자리만 차지하고 앉아있으니, 밥벌이 단체 밖에 더 되겠나”라며 “전속 단체에 과감한 구조조정이 있어야 한다. 퇴직금을 주고서라도 내보내고 독립 재단으로 만들어 서로 경쟁을 시켜야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서 교수는 국공립 극장장에 대해서도 “국제 외교를 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그 자리가 월급만 받으라고 만든 자리가 아니다”며 “상호주의에 입각해 외국 극단과 국내 극단의 교환 공연을 추진하면 큰 돈이 들지 않는다. 그렇게 물꼬를 튼 다음 공연 초청 의뢰가 오면 개런티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극장장은 대개 2년 임기만 되면 나가야 하는데, 성과가 좋으면 재임용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전(前)국립극장장·문예회관장 타이틀을 가진 사람이 너무 많다. 그 사람들이 겨우 2년 동안 뭘 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서 교수는 뮤지컬, 오페라, 연극 등 분야별 전용극장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그는 “현재 100개 이상의 문예회관을 짓고 있는데, 전용극장이 아닌 다목적 복합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며 “일본에서는 70년대 이미 전용극장이 활성화돼 공간을 전문화하고 있는데, 우리는 뒤떨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목적별로 독립전문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며 “아직도 우리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이걸 모르고 있다. 건물이 비싸고 크다는 것만 강조하면서 무지한 일을 되풀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편당 100억~200억 씩 주고 많은 뮤지컬을 사오고 있다”며 “국내 401개 민관 극장 중 뮤지컬 극장이 한 곳도 없다. 이런 여건 속에서는 우수한 창작 뮤지컬이 나올 수 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에는 주철환 이화여대 교수, 이기수 고려대 법대 교수, 학생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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