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 법…車수리…아파트 경매…만화로 전문지식 ‘술술’

  • 입력 2006년 5월 2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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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회사에 근무하는 황순영(28) 씨는 ‘맛있게 먹는 마케팅 냠냠’이라는 만화책을 세 번째 읽고 있다.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한 황 씨는 2004년 10월 입사한 이후 마케팅 업무를 맡았다. 관련 분야의 지식을 얻기 위해 마케팅 서적을 뒤적였지만 쉽게 찾지 못했다.

하지만 이달 초 동료에게 이 책을 소개받고는 푹 빠지게 됐다.

황 씨는 “그림으로 구체적인 실행 방식을 보여 주니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며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책을 옆에 두고 제시된 표를 참고하니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어른들을 위해 각 분야의 전문 지식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만화가 쏟아지고 있다. 출판시장의 불황을 극복하고 영상 세대의 눈길을 끌기 위한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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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시장 불황, 활로를 뚫어라=출판사들은 계속되는 출판시장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1990년대 후반부터 어른용 만화를 펴내기 시작했다. 처음엔 한국사 세계사 등에 집중됐으나 이제는 재테크, 운전, 마케팅, 자동차 수리, 엑셀 프로그램 등으로 분야가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출간된 요리만화 ‘마요의 해피쿡’(정윤희 지음)이나 올해 1월에 나온 미용 에세이 만화 ‘뷰티마니아’(안노 모요코 지음) 등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올 2월 부동산 경매 만화 ‘왕초보 박과장 부동산 경매로 집도 사고 돈도 벌다’를 펴낸 이현우(26) 씨는 “일주일에 500권 정도씩 꾸준히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덕성여대 이원복 교수는 “40대 중반까지는 어릴 때 새소년, 보물섬 등 잡지에서 만화를 접하면서 자란 세대”라며 “성인들을 위한 교양만화 시장은 갈수록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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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으나 가벼움이 문제=어려운 내용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만화의 강점이다.

인문학 분야별 전문 지식을 만화로 설명한 ‘하룻밤의 지식여행’ 시리즈는 지금까지 15만 부가 팔렸다.

대학생 정은혜(22·여) 씨는 “지식여행 시리즈 중 ‘인류학’을 읽었는데 어려운 내용임에도 생각보다 쉽게 읽혔다”며 “두 시간 동안 기본적인 개념을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몇 년씩 고민해 만드는 외국 만화와 달리 2, 3개월 만에 급조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한국 만화의 한계다.

역사만화 ‘십자군 이야기’를 쓴 김태권(31) 씨는 “두 권 내는 데 3년이 걸렸고 참고 서적만 150여 권이었다”며 “오래 남을 수 있는 만화를 인정해 주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만화가 책에서 성인들을 멀어지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유전학 개론서를 만화로 본 박우근(23) 씨는 “만화로 기본적인 내용을 알고 나니 솔직히 두꺼운 책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독서와 글쓰기를 대학생들에게 15년 동안 가르친 연세대 정희모 교수는 “만화가 빠른 이해를 도울 수는 있지만 언어가 주는 풍부한 상상력과 사고력을 훼손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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