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유치원생만 되도 머리스타일이 분명해져요"

  • 입력 2006년 5월 8일 15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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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하게 살아가는 직장인들, 아침마다 '출근전쟁'을 치른다. 맞벌이엄마 역시 아침마다 전쟁을 치른다. 출근전쟁…? 흠, 이걸로는 미흡하다.

일찌감치 멋에 눈을 뜨는 요즘 아이들, 유치원이다 학교다 아침마다 그냥 가나? 옷 때문에 한바탕, 머리 때문에 한바탕 난리를 치른다. 특히 딸아이를 둔 맞벌이엄마들, 아침 댓바람부터 아이와 '머리전쟁'을 치르느라 파김치가 된다.

맞벌이주부 백인혜(36·서울 서초구 잠원동) 씨는 아침이면 긴 생머리를 고수하는 딸(초등1학년)의 머리손질 때문에 직장에 지각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하소연했다.

"자기가 '긴 머리 소녀'의 주인공인지 꼭 긴 생머리를 해야 한다네요. 단발머리 퍼머라도 하면 좀 좋아요. 대충 빚고 핀 하나 꽂으면 될 텐데…."

아침시간에 다른 집처럼 부산한 것은 마찬가지다. 등교 준비의 마지막인 머리손질로 들어가면 엄마와 딸의 신경전이 극에 달한다. '긴 머리 소녀'의 머리를 한데 모으거나 양 갈래로 묶는 것은 엄마 일이기 때문이다. 아이 맘에 들 때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린다.

"이 옷에는 이 색깔 머리끈이 안 맞지. 분홍색은 어디 있어?"

"아야! 그렇게 빚기면 아프잖아!"

머리가 길고 머리카락이 가늘어 엉키기 때문에 머릿결을 정돈하는데 만도 시간이 걸린다. 스트레스지수가 팍팍 오르며 드디어 고성이 나오기 시작한다.

"엄마 또 지각하겠다!"

맞벌이 주부 김 모(43·서울 강남구 대치동) 씨는 어릴 때부터 항상 바가지형 단발머리를 하며 한번도 머리를 길러 보지 못한 딸(초등 4학년)이 머리를 기르고 싶다고 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맘이야 기르게 하고 싶죠. 그렇지만 아침마다 손질해 줄 수도 없고 아직 스스로 손질을 못하는데 어떡해요."

남편과 함께 설계사무소를 운영하는 황정숙(38¤서울 강동구 명일동) 씨는 남들보다는 출근시간이 여유가 있음에도 딸(중1학년)이 초등학교 5학년이 될 때까지는 딸의 머리 때문에 아침마다 씨름했다고 한다.

"중학생이 되면서 섀기 커트를 했지만 초등학생 때까지는 허리까지 생머리를 길렀다니까요. 초등학교 3,4학년이 되면서 엄마가 해주는 것이 촌스럽다고 타박을 놓더군요. 아이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제 스스로 할 수 있을 때'가 엄마랑 머리전쟁이 끝나는 시기 같아요."

서울 화랑초등학교 이 모 교사는 "맞벌이가정의 여자아이들은 어저께 묶거나 땋았던 머리 그대로 학교에 오기도 하고 남자아이들도 며칠씩 머리를 안 감는 일을 종종 보게 된다"고 말했다. 머리를 자주 안 감거나 머리모양이 지저분한 경우 아이들 사이에 따돌림의 원인이 되는 일도 있다고.

어린이 전문미용실 지아모 압구정점의 헤어디자이너인 이현경 실장은 요즘 아이들은 유치원생만 되어도 자신의 머리스타일의 좋고 싫음이 분명해져 '머리고집'이 생긴다고 말한다.

"엄마 말만 듣고 머리 자르다간 큰 코 다치죠. 아이 엄마가 '이런 스타일로 해 주세요'라고 말해도 아이에게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

이 실장은 "여자아이들은 열에 일곱 여덟은 생머리를 선호하고 남자아이들도 예전처럼 밤톨처럼 깎거나 2대8로 넘기는 스타일은 싫어한다"며 "맞벌이 엄마들은 대체로 손질하기 편한 단발머리를 선호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자기만의 고집이 있다"고 말했다.

박경아 사외기자 kapark050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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