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마오’…‘마오’를 더는 신격화 말라

  • 입력 2006년 4월 1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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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장융, 존 핼리데이 지음·황의방 등 3인 옮김/867쪽(전 2권)·각 권 1만3500원·까치

이 책은 1936년 출간된 에드거 스노의 ‘중국의 붉은 별’ 이후 형성된 ‘중국 혁명의 영웅 마오쩌둥(毛澤東)’의 신화를 벗기려 한다. 신화 속 마오는 병사들과 동고동락하는 지도자이며, 현대 게릴라전의 창시자라는 평을 듣는 전략 전술의 귀재다.

또 그는 공산혁명의 주력군을 노동자에서 농민으로 전환시키고 성동격서(聲東擊西)라는 중국 고대 병법을 현대전에 적용한 응용의 천재다. 무엇보다도 그는 헐벗고 가난한 농민의 수호천사다.

빛바랜 흑백사진 같은, 그래서 더욱 사실처럼 여겨져 온 이 신화의 허점은 그 주인공이 혁명에 성공한 뒤 대약진운동으로 수천만 명의 농민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문화대혁명으로 진시황의 분서갱유를 무색하게 하는 지식인 학살을 자행한 인물과 동일인이라는 점이다.

중국 근현대사를 헤쳐 온 여성 3대의 이야기를 다룬 베스트셀러 ‘대륙의 딸’의 저자 장융과 남편인 역사학자 존 핼리데이는 70년간 이어져 온 이 중국판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수수께끼를 섬뜩하게 풀어낸다. 애당초부터 선량한 지킬 박사는 없었고 피에 굶주린 하이드만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방대한 자료를 섭렵하고 수백 명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그 오래된, 그래서 진실을 담은 다큐멘터리라는 인상을 강하게 풍겨 온 무성 흑백영화를 다시 돌린다. 이들은 똑같은 장면이 내레이션만 바뀌었을 때 어떤 효과가 나타나는지를 보여 준다.

이 책에 따르면 마오는 뼛속까지 철저한 에고이스트였다. 그는 자기에게 농사일을 시킨 아버지에 대해 훗날 “우리 아버지도 제트기를 태웠어야(고문했어야) 했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평생 육체적으로 힘든 일은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데 귀재였다. 심지어 대장정을 하는 동안에도 걷지 않고 들것에 탄 채 이동했다. 그가 충분히 구할 수 있었음에도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 총살당한 그의 둘째 부인 양카이후이(楊開慧)의 애절한 편지와 일기는 연인으로서도 철저히 이기적이었던 마오의 실체를 보여 준다.

마오가 비천하게 봤던 농민의 가치에 눈을 뜨게 된 것은 1926년 말∼1927년 초 공산당과 합작한 국민당 군대가 베이징(北京)으로 진격할 당시 농민들이 부유층에 가하는 잔혹한 린치에 대한 실태 조사를 벌인 뒤였다. 그는 농민들이 휘두르는 야만적 폭력 앞에 벌벌 떠는 대중을 보고 “전에는 한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일종의 환희를 맛보았다”는 보고서를 쓴 뒤 열렬한 농민혁명 지지자로 돌변한다. 또 저자들은 마오의 군사적 재능은 남이 키워 놓은 병력을 가로채는 것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난창(南昌)봉기에 맞춰 일으킨 것으로 알려진 1927년의 ‘추수봉기’는 자신의 수하로 군사력을 거두기 위한 제스처에 불과했고, 1930년 난창 공략에 나선다며 총 몇 발 쏘고 물러난 것도 인근에 있던 홍군 최고 정예부대인 펑더화이(彭德懷) 부대를 흡수하기 위한 방편이었다는 것이다.

마오는 이런 식으로 군대를 합친 뒤 교묘한 공포정치로 지휘권만 장악했다는 것이다. 특히 그의 유명한 징강산(井岡山) 부대에 대한 묘사는 영화 ‘지옥의 묵시록’에 나오는 커츠 대령의 소굴을 떠올리게 할 만큼 소름 끼친다. 마오가 경쟁 후보였던 장궈타오(張國燾)의 부대를 대장정 기간에 일부러 와해시켰고, 또 다른 경쟁자였던 왕밍(王明)을 독살하려 했다는 이야기가 오히려 편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런 마오에 비하면 저우언라이(周恩來), 주더(朱德), 펑더화이는 정말 사심이 없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 책의 한계는 바로 거기에 도사리고 있다.

그처럼 훌륭한 이들이 지도자로 선택한 사람에게는 분명 권모술수 이상의 뭔가가 숨어 있을 수밖에 없다. 저자들은 이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의 붉은 별’이 마오의 어두운 그림자를 놓쳤다면 이 책은 그 밝은 빛을 외면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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