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조연’…배우 오광록, MBC 새 드라마 ‘Dr. 깽’ 조연에

  • 입력 2006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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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록? 누구지? 이름 석 자만으로는 선뜻 감이 오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 ‘올드보이’에서 자살을 시도하다 오대수(최민식)의 손에 넥타이를 잡히는 남자, ‘잠복근무’에서 “나 멋∼있지 않니”라는 말을 반복하던 자기도취형 조폭, ‘복수는 나의 것’에서 송강호를 죽인 무정부주의자, ‘흡혈형사 나도열’의 흡혈귀 퇴치 전문 신부를 언급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아, 그 사람.”

연극배우 출신으로 최근 충무로 ‘명품 조연’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오광록(45). 그처럼 연극배우 출신이면서 스크린의 감초 조연이 된 오달수와 더불어 ‘오 브라더스’로 불리는 그가 이번에는 안방극장에 섰다.

MBC 수목드라마 ‘Dr. 깽’(극본 김규완·연출 박성수)에서 아내를 잃고 알코올 중독자가 된 병원장 봉은탁 역을 맡았다. 은탁은 주인공 강달고(양동근)와 김유나(한가인)를 만나 몰락한 병원을 다시 일으키는 인물. 충무로에서 “세워만 놔도 그림이 된다”는 평을 듣는 그를 11일 밤 서울 강남구 청담동 기획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오달수와 혼동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얼굴에 점이 있는 것도 비슷하고….

“(진지한 목소리로) 수박 씨(오달수)하고 사과 씨로 구별해 달라. 사람을 안 보고 점을 보니까 헷갈리는 거지. 물론 난 오달수 씨 좋아한다.”

―느릿하면서 진지한 말투, 심각한 표정, 풍부한 음성, 멋지다. 하지만 대중들은 극중 이와 어울리지 않는 대사와 행동에서 오는 언밸런스를 보고 웃는다.

“(여전히 진지하게) 그래서 즐겁지 않았나? 어차피 일루전이다. 영화 선상에서 그렇게 했을 뿐이다. 젊었을 때 목소리 톤은 좀 높았는데 30대 초반 말을 잃고 지내던 시기를 거치다 보니 목소리가 이렇게 됐다. 시인이다 보니 운율이 일상 말투에 반영된 것 같기도 하고(그는 수백 편의 시를 썼다고 했다)…캐릭터를 위해 말투를 일부러 만드는 거 아니다.”

시인을 꿈꾸던 그가 연기를 하게 된 것은 대입 재수 시절 친구가 건넨 신문 기사 때문. 배우예술원에서 배우를 뽑는다는 기사를 보고 친구와 함께 당시 예술원을 설립했던 이해랑 선생, 원로연극인 이원경(91) 선생을 찾아가 면접을 봤다. 연극배우를 하면서 시 창작도 겸하던 그는 1996년 독립영화 ‘눈감으면 보이는 세상’으로 영화에 데뷔했고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현구 역으로 대중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영화에서는 ‘짧고 굵게’ 어필하는 이미지가 통하지만 매주 대중과 접하는 TV드라마에서는 당신의 장점이 소멸될 수 있는데….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며) 드라마에 출연할 생각은 없었다. 급하게 대본 받아 외워야 하고, 꼭 ‘연기 근로자’ 같다. 방송처럼 무차별적으로 누구에게나 내가 드러나는 매체에 출연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누가 만든 틀 속에서 살기 싫다. 배우는 꼭두각시가 아니다. 신경 안 쓴다. 그냥 내가 맡은 역 은탁을 이해시키고 싶다.”

―최고의 조연으로 꼽히고 있다.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나?

“(매니저가 건넨 녹차를 바라보며) 잭 니컬슨의 뒤통수가 좋다. 쓸쓸하면서도 휴머니티가 느껴지고 개구쟁이처럼 보이기도 하고…청년의 푸름이다. 하지만 지독하게 연기 잘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을 다 끄집어 내면서 연기하는 걸 보면 영혼이 각박해 보인다. 작업은 작업이다. 삶에 대한 추구가 묻어나면 그만이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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