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미디어센터 신문박물관 ‘게재불가’ 전시회

  • 입력 2006년 4월 7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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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캠퍼스를 담은 사진. 머리에 띠를 두른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연좌시위 중이다.

그러나 신문에 실린 사진에는 피켓과 플래카드가 지워져 있다. 검열 당국이 ‘싸워라! 최후의 승리까지’ ‘연세여! 그대는 민주화의 선구자’라는 피켓 속 글자를 지우고 사진을 게재하도록 강제했기 때문이었다.

1980년 5월 7일자 동아일보 기획취재면 ‘오늘의 대학’에 원래 모습에서 훼손된 채 실린 이 사진. 원본과 함께 남은 검열기록에는 붉은색 ‘검열필’ 도장 옆에 ‘구호 불가’라는 지침이 선명하게 기록돼 있다.

이 사진은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신문박물관에서 열리는 ‘게재불가-70, 80년대 신문과 언론 검열’전에 공개된 것이다.

이 전시회는 유신과 신군부 집권으로 이어진 1970, 80년대, 동아일보의 기사와 제목, 사진, 시사만화, 만평 등에 가해진 정권의 검열 흔적을 공개해 시련의 한국언론사를 증언한다. 당시 ‘게재불가’ 혹은 ‘수정’ 판정을 받았던 기사와 사진, 시사만화, 만평 등의 검열 전과 후의 모습을 나란히 비교해 놓았으며 삭제나 수정을 지시한 검열관의 육필도 그대로 공개된다.

당시 검열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것은 무엇보다도 사진자료(총 17점). ‘caption에 폭도 자귀 사용’(1980년 5월 1일자 게재)이라는 검열지침이 붙은 사진은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 안에서 시민군이 무기를 회수하고 있는 장면이다.

계엄사령부 검열단은 당초 이 사진에 게재불가 판정을 내렸다가 ‘폭도들이 무기 점검을 하는 사진’이라는 왜곡된 설명을 붙여 게재하도록 했다. 1980년 10월 1일 국군의 날 행사장에서 사열하는 전두환(全斗煥) 대통령을 찍은 사진은 오로지 대통령의 대머리가 드러나는 뒷모습이라는 이유만으로 게재불가 판정이 내려졌다.

이 밖에 이번 전시에는 ‘일반미 판매가 통제’라고 붙인 제목을 ‘일반미 가격안정대책’으로 바꾸게 한 검열 대장 등 12점, 고바우 나대로 등 시사만화 검열 증거 28점 등 6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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