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굿바이,申의 소리…포에버,록의 대부… 신중현 은퇴콘서트

  • 입력 2006년 4월 5일 0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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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봄비’ 연주하셨죠?” ‘록의 대부’를 만나자마자 대뜸 물었다. “오늘처럼 봄비 오는 날에는 ‘봄비’가 연습곡이나 다름없죠. 근데 연주할 때마다 봄비가 내리는 것 같아 이젠 봄비가 운명 같다는 느낌이….” 신중현(66)을 만난 4일 오전 내내 비가 내렸다. 그는 다음 달 27일 경기 고양시 한국국제전시장(킨텍스)을 시작으로 부산 대전 광주 대구 창원 등을 거쳐 10월 서울까지 7개 도시에서 ‘생애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있다. 20년간 음악 작업을 해 온 서울 문정동의 스튜디오 ‘우드스탁’을 떠나 경기 용인시의 전원주택에 새 둥지를 틀었다. 긴 머리도 짧게 잘랐다. “이젠 맑은 공기 마시며 정리할 때”라는 백발 노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 김종서, 박완규, 아들 삼형제와 공연

“내 나이 칠십이 다 돼 가요. 하지만 갈수록 내 음악은 어렵다는 평을 듣고 내가 설 무대는 좁아지고…. 이제 더는 버틸 여유가 없어졌어요.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창작물이 과연 의미가 있는지 회의가 든다고 할까요.”

아직 정리가 덜 끝나 창고 같은 그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은퇴 얘기부터 들어야 했다. 그때 눈에 들어온, 벽에 걸린 기타 두 대. 이삿짐 박스가 즐비했지만 어떤 짐보다 먼저 기타부터 챙긴 것을 보면 아직도 그의 음악은 현재진행형이다.

“사실 한국 대중음악에 대해 실망을 많이 했어요. TV를 켜면 음악은 오락 프로그램에서나 들을 수 있을 뿐 진정한 음악은 더는 찾기 어렵죠. ‘은퇴 콘서트’의 목표도 별 거 없어요. 단지 음악성 갖춘 음악이 어떤 건지 들려주고 싶은 것뿐이죠.”

콘서트 얘기를 하면서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는 이번 은퇴 무대에서 자신이 만든 ‘신중현 3-3 주법’(세 음을 세 손가락으로 연주하는 기법)을 처음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연은 단독 무대에 이어 김종서 박완규 등 그가 아끼는 젊은 가수들과의 합동 공연, 그리고 대철 윤철 석철 등 아들 3형제와 함께 꾸미는 ‘가족 연주’로 마무리할 생각이다.

○‘음악은 고된 창작품’ 진리는 안 변해

그는 1964년 한국 최초의 로큰롤 밴드 ‘애드 포’ 결성과 ‘조커스’ ‘덩키스’ ‘엽전들’ ‘뮤직파워’ 등의 그룹 활동을 통해 그룹사운드 문화를 정착시켰다. ‘펄 시스터즈’, 김추자로 대표되는 ‘신중현 사단’의 가수들 역시 그의 빛나는 업적이다. 하지만 광복 이후 한국 록 음악의 산증인으로 꼽히는 그는 “허전하다”는 말로 50여 년을 돌아보았다.

“뭐 그동안 무진장 노력한 것 같은데 왜 이렇게 허전한지 몰라요. 마지막 공연이라고 하는 것 자체도 ‘자문자답’하는 것 같고. 요즘 사람들은 음악이 아니라 컴퓨터로 조작된 프로그램을 듣는 것 같아요.”

그는 현재 자신의 음악을 집대성한 DVD 작업을 홀로 하고 있다. ‘님아’, ‘커피 한 잔’ 같은 히트곡의 뮤직비디오도 혼자 찍어 편집 중이다. 지금까지의 모든 음악 활동 및 영상, 기사 등 ‘신중현 50년’을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www.sjhmvd.com)에 고스란히 옮기고 있다. 후배 가수를 비롯한 후대 사람들에게 자신을 조금이나마 알리기 위한 노력이란다.

“일흔이 다 된 내가 지금도 기타를 칠 수 있는 것은 16세 때 배운 ‘헝그리 정신’ 때문이죠. 립싱크, 표절 등 갈수록 후배들은 편하게 음악을 하려고 하지만 ‘음악은 고된 창작품’이란 진리는 변하지 않아요. 은퇴 공연, DVD…. 그저 내가 죽은 후에도, 사생활까지 모두 음악이었던 ‘미친 로커’가 있었다는 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1시간 반의 인터뷰 내내 ‘은퇴’를 이야기 했지만 그의 손에는 여전히 기타가 쥐어져 있었다.

용인=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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