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0>福莫長於無禍

  • 입력 2006년 1월 2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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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설날에는 서로 ‘福(복)’을 많이 받으라는 인사를 나눈다.

그렇다면 무엇이 진정한 ‘福’인가? 荀子(순자)에는 ‘福莫長於無禍(복막장어무화)’라는 말이 나온다. ‘莫(막)’은 ‘더는 ∼한 것이 없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莫大(막대)’는 ‘더는 큰 것이 없다’, 곧 ‘가장 크다’라는 말이 되고, ‘莫重(막중)’은 ‘더할 수 없이 무겁다’, 곧 ‘가장 무겁다’라는 말이 된다. ‘長(장)’은 원래 ‘길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長大(장대)’는 ‘길고 크다’라는 뜻이다. 동식물이 길어지는 것은 곧 자라는 것이므로, ‘長’은 ‘자라다’라는 뜻도 갖게 된다. 이에 따라 ‘生長(생장)’은 ‘나서 자라다’라는 뜻이 된다. 또한 길어지는 것이 계속 되면 가장 높게 되므로 ‘長’에는 ‘높다, 우두머리’라는 뜻이 있다.

따라서 ‘長官(장관)’은 ‘높은 관리’라는 뜻이고, ‘長老(장로)’는 ‘우두머리인 노인’이라는 뜻이다. ‘長’의 ‘높다, 우두머리’라는 뜻으로부터 ‘낫다, 좋다, 우수하다’라는 뜻이 나온다. ‘福莫長於無禍’의 ‘長’은 ‘좋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莫長(막장)’은 ‘더 좋은 것이 없다’라는 뜻이 되고, 이는 곧 ‘가장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於(어)’는 ‘∼보다’라는 뜻이다. ‘無(무)’는 ‘없다’라는 뜻이고, ‘禍(화)’는 ‘화, 재난, 근심’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無禍’는 ‘화나 재난 혹은 근심이 없다’라는 뜻이다. 이상의 뜻을 합하면 ‘福莫長於無禍’는 ‘복은, 화가 없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라는 뜻이 된다.

과연 그러한가? 우리가 어떤 환란이나 재난을 당하고 보면, 아무 일 없던 시절을 한없이 그리워한다. 비록 부귀하지 않았을지라도 가족이나 친구와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던 그 시절이 가장 행복하게 회상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가? ‘지금 당장 어떤 재난이 없다면 당신은 가장 행복한 것입니다’라고 荀子는 말하고 있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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