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채로 그린 성모상에 山水미니어처까지… 한국화 맞아?

  • 입력 2006년 1월 19일 03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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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가 김은진 작 ‘이빨을 드러낸 성모마리아’(2005년). 한국화 재료인 한지와 분채를 이용해 화려하면서도 담백한 서양화 같은 그림을 그렸다. 사진 제공 일민미술관
한국화가 김은진 작 ‘이빨을 드러낸 성모마리아’(2005년). 한국화 재료인 한지와 분채를 이용해 화려하면서도 담백한 서양화 같은 그림을 그렸다. 사진 제공 일민미술관
《한국화가 손동현(27) 씨는 한지 캔버스에 한국 동양화의 전형적 초상화 기법을 사용해 분채(粉彩·가루 형태의 전통안료)나 먹으로 영화 ‘매트릭스’ 스미스 요원과 ‘슈렉’, 반지의 제왕 ‘골룸’, ‘스타워즈’ 주인공을 그린다. 대안공간 아트스페이스 휴가 ‘1월의 작가’로 선정해 18일까지 열었던 손 씨의 전시회 제목 ‘파압아익혼(坡狎芽益混)’도 ‘팝 아이콘’을 음차한 것이다. 그의 그림은 최근 진화하고 있는 한국화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한국화가 변하고 있다. 검은 수묵이 아닌 화려한 채색화는 기본이다. 만화나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같은 팝 아트 적 요소가 캔버스에 등장하고 다양한 설치 작품까지 선보인다. 이 같은 진화를 주도하는 이들은 20∼40대 젊은 작가들.

서울 종로구 세종로 일민미술관이 20일부터 시작되는 새해 첫 전시 작가로 선정한 한국화가 김은진(38) 씨는 ‘나쁜 아이콘’이라는 제목으로 이색적인 동양화를 선보인다. 화려하고 담백한 분채로 바탕색을 만든 뒤 다양한 상징들이 뒤섞인 이미지들로 가족의 본질이나 예수와 성모상, 교황 등 종교적 상징들을 독특한 시선으로 비튼 그의 그림은 서양화적 화려함에 한국화적 담백함이 섞여 있다. 한국화의 화두들이 서양화에 차용되기도 한다. 일민미술관 1층에서 김 씨와 동시에 개인전을 여는 써니 킴(37) 씨는 서양화가이면서도 동양적 산수 이미지를 차용한 특이한 경우. 이번 ‘완전한 풍경’전에서는 그동안 즐겨 그렸던 십장생이나 사냥하는 인물들 모습은 깨끗이 지워버리고 산과 바위 등 풍경만 남겨 놓고 화면을 구성했다. 2월 19일까지. 02-2020-2055

산수풍경을 설치작품으로 옮긴 임택 씨의 ‘옮겨진 산수’(2005년). 사진 제공 인사미술공간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상에서 2월 8일∼3월 5일 전시를 여는 한은선(37) 씨는 한국화 재료를 쓰지만 전통의 한국화와는 전혀 다른 세계를 추구한다. 물을 먹인 장지에 먹이나 물감으로 물을 들이고, 다시 물을 떨어뜨리는 일을 반복해 형상을 만들어 나가는 작가는 오직 번지고 퍼지고 마르는 과정만으로 추상의 세계를 표현한다. 02-730-0030

임택(34) 씨는 산수풍경을 아예 입체로 옮기는 작업을 하는 작가. 서울 종로구 관훈동 인사미술공간에서 여덟 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는 ‘옮겨진 산수(山水): 유람기(遊覽記)’전(27일까지)에는 산수풍경이 한지 설치 작으로 만들어져 있다. 바위, 소나무, 정자에 구름다리가 있는 풍경 안에 사람들이 미니어처로 만들어졌다. 설치작품이 더는 서양화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는 그의 전시는 한국화의 다양한 확장을 보여준다. 02-760-4722

한국화의 확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애니메이션. 전통 수묵과 첨단 애니메이션을 결합해 ‘움직이는 수묵화’를 그리는 움직임들이 극소수 작가의 일회적인 실험 작업에서 벗어나 수년 전부터 젊은 한국화 전공자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지난해 다양한 한국화의 변신을 소개한 ‘지필묵 놀이미술관’을 기획했던 서울 금호미술관 김윤옥 큐레이터는 “한때 한국화의 존폐 여부까지 논의되었던 상황이 있었지만, 이는 옛날이야기”라며 “요즘 젊은 한국화가들의 다양한 실험은 바야흐로 한국화의 중흥을 기대하게 한다”고 말했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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