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보수-진보 이렇게 변해 왔다

  • 입력 2006년 1월 17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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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이념 좌표는 서구의 그것과 차이가 많다. 보수인지 진보인지를 묻는 설문조사는 많이 나오지만 정작 무엇이 보수고 무엇이 진보냐는 설명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와 관련해 김일영(정치학) 성균관대 교수가 이를 좀 더 명쾌하게 분석한 발표문을 내놓았다. 김 교수는 지난주 배재대 학술지원센터에서 열린 뉴라이트 싱크넷 포럼에서 ‘한국 정치의 새로운 이념적 좌표’라는 발표문을 통해 △국가권력과 국가기능 △통일 및 대북정책 △미국과 세계화에 대한 태도 등 3가지 차원에서 한국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의 변화를 분석했다.》

그는 각 차원에 X축과 Y축을 설정하고 역대 정부의 이념성향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화살표로 보여 줬다.

이 그래프들은 또 과거와 현재를 비교했을 때 보수진영의 지향점은 크게 변화해 온 반면 진보진영은 제자리걸음을 했음을 보여 준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보수는 △국가 중심에서 시장 중심으로 이동하며 △‘선(先) 건국(건설) 후(後) 통일’의 소극적 2단계 통일론에서 적극적 흡수통일론으로 △민족주의에서 세계화로 이동했다.

반면 진보는 통일우선론에서 ‘선 공존, 후 통일’의 2단계 통일론으로 선회한 점을 빼고는 국가의 재분배적 기능을 강조하고 민족주의와 자주성 담론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보수적이라는 보수가 2사분면과 3사분면을 크게 오가는 반면 진취적이라는 진보는 통일론을 제외하고는 1사분면을 맴돌고 있는 셈이다.

이 그래프는 또 뉴라이트와 뉴레프트가 기존 이념성향과 어떤 점에서 차별화될 수 있는지도 뚜렷이 보여 준다. 그래프에서 뉴라이트와 기존 보수의 차이점은 특히 국가권력과 국가기능 차원에서 발견된다. 뉴라이트는 기존 보수에 비해 시민의 기본권 확대를 더욱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제4사분면으로 많이 이동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뉴레프트와 기존 진보의 차이점은 통일 및 대북정책 차원에서 발견된다. 뉴레프트는 특히 통일에 대한 태도에서 과거 통일지상주의에서 신중한 접근으로, 대북정책에서는 지나치게 유연했던 것에서 벗어나 원칙론을 강조하는 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상정되고 있다.

김 교수는 “우리는 그동안 자유주의보다는 민주주의만을 지상과제로 생각하고 살았다”며 “오늘날 한국의 보수와 진보가 직면한 딜레마는 모두 자유주의에 대한 이해의 부족 내지 편협함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뉴라이트가 자유주의에 대한 편협한 이해를 넓혀 가고, 뉴레프트는 자유주의에 대한 이해의 부족을 메워 가 중앙과 4사분면으로 수렴되는 양상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이를 “뉴라이트의 경우 투명성의 부족을 해소하고 반공과 국가보안법의 보호막을 벗어나 스스로의 자생력을 보여주는 것이고, 뉴레프트의 경우는 시장의 효율성과 공존하는 법을 배우고 민족 앞에서 자유가 위축되지 않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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