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5>輿論

  • 입력 2006년 1월 11일 0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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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여론이 시끄럽다. 여론이 너무 시끄럽다고 불만인 사람도 있다. 그러나 여론은 원래 시끄러운 것이 정상이다. 왜냐하면 여론이란 ‘수많은 논의를 싣고 있다’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왜 그런가? ‘輿論(여론)’의 의미를 알아보기로 하자.

‘輿(여)’자의 초기 형태는 가운데에 수레가 있고 사방에서 네 개의 손이 수레를 잡고 있는 모양이다. 어떤 학자는 이를 ‘수레를 만드는 모양’이라고 주장하지만 수레를 네 손으로 들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므로 두 사람 혹은 네 사람이 가마를 들거나 메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될 것이다. ‘輿’의 의미는 이러한 모습에서 나온다. 우선 ‘수레, 가마’라는 뜻이 나오고, 이를 들고 가는 ‘가마꾼’이라는 뜻이 나온다.

그리고 수레를 드는 행위로부터 ‘들다, 메다, 싣다’라는 뜻이 나온다. 그런데 가끔 한자의 의미는 극대화되는 경우가 있다. 다시 말하면 중국인은 가장 많은 것을 들거나, 메거나, 싣는 것을 상상하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일까? 중국인은 그것이 세상의 모든 것을 싣고 있는 大地(대지), 즉 땅이라고 상상한 것이다. 따라서 ‘輿’에는 ‘대지, 땅’이라는 의미가 있고, ‘輿地(여지)’가 합쳐져서 ‘대지, 땅’을 나타내기도 한다. 조선시대의 지리학자 김정호가 그린 ‘大東輿地圖(대동여지도)’는 ‘위대한 동쪽 나라 대지의 그림’이라는 뜻이 된다. ‘輿地圖(여지도)’는 축소되어 ‘輿圖(여도)’ 혹은 ‘地圖(지도)’라는 말로 사용된다.

‘論(논)’은 ‘논의, 논쟁, 토론’이라는 뜻이다. 이를 보면 ‘輿論’은 ‘수많은 논의를 실어 놓은 수레’라는 뜻이 된다. 그러므로 ‘輿論’은 시끄러운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민주사회에서 ‘輿論’은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輿論’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100명이 틀리다고 하고, 1명이 맞는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맞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그렇지 않았던가.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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