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日감정 치유책 자기안에서 찾아야”

  • 입력 2006년 1월 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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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동아시아를 관통하는 2개의 큰 주제어가 있었다면 하나는 반일(反日)이고 다른 하나는 한류(韓流)였을 것이다.

독도와 중국 댜오위(釣魚) 섬(일본명 센카쿠열도)로 대표되는 영토문제, 후소샤(扶桑社) 교과서 개정문제,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 문제로 반일 감정은 한국과 중국을 들끓게 만들었다. 반면 한국의 대중문화는 일본을 포함해 중국, 동남아 각국을 환호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두 개의 정서가 교차하는 동아시아에서 반일의 의미는 무엇이고 한류의 의미는 무엇일까. 일본의 월간지 ‘현대사상’의 2005년 6월호 특집 ‘반일을 마주하다’를 번역한 ‘반일과 동아시아’(소명출판)에는 이런 중층의 문답이 담겨 있다.

29편의 원고가 실린 이 책에는 다른 아시아 국가의 반일감정을 “자국의 내적 위기를 일본에 대한 반감이라는 낡은 구호로 모면하려 한다”는 일본 우파의 논리에 대한 일본 지식인들의 반성적 성찰이 담겨 있다.

이들은 일본이 민주화운동 과정을 경험한 다른 아시아국가에 비해서 미성숙하기 때문에 책임의식이나 역사의식이 부족해 반일을 야기했다고 분석한다. 일본과 소통하려는 다른 아시아 국가의 요청에 일본이 응답하는 데 실패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따라서 현재 각국의 애국주의 내지 민족주의의 유령을 불러내고 있는 주체가 바로 일본이라는 비판이다.

한국과 중국, 대만의 지식인들은 ‘상대(일본)의 애국주의를 비판함으로써 자신의 국가주의를 부추기는 것’에 대한 위기감을 공유한다. 그들은 반일이 불러내는 자기들 내부의 유령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국가간 교류의 차원을 뛰어넘는 민간 차원의 교류가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모델로 한류가 검토되기도 하고, 역사교과서 공동 집필도 모색되고 동아시아 공동체라는 담론의 확산이 검토되기도 한다.

독을 치유하기 위해 상대의 호주머니에서 해독제를 찾기보다는 스스로의 상처에서 치료법을 찾아내려는 지식인들의 성찰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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