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논술잡기]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

  • 입력 2005년 12월 1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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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배병삼 지음/328쪽·9800원·사계절

무슨 책을 읽어야 할까. 독서 내공이 부족한 수험생이라면 시사와 교양을 요약해 주는 책들에 눈길이 가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러나 세상은 평지보다 산 위에서 훨씬 더 잘 보이는 법. 상식이 많은 일반인보다 하나를 깊이 있게 연구한 학자들이 현상을 더 잘 설명해 내듯, 큰 통찰력은 다양한 사례를 더 쉽게 소화시켜 준다.

고전은 바로 그런 사고의 경지를 이루는 봉우리이다. 행간에 머물러 생각을 더듬다 보면 원리와 응용이 한 바늘로 꿰인다. 동양 고전의 진수인 ‘논어’는 쉽고 간결한 이야기체로 되어 있어 그야말로 제격이다. 그것을 음미하는 법이 낯설다면 이 책의 저자를 따라가 보자. ‘경쾌한 글 읽기’로 고전의 글자마다 숨을 불어넣는 고고학도 함께 배우게 될 것이다.

먼저 저자는 유쾌한 ‘인간 공자’ 앞에 우리를 데려다 준다. 논어에 나온 공자의 생활은 참살이(웰빙)의 이상적 모델이었다. 육회를 좋아했으나 깔끔하고 위생적인 것만 먹었으며, 복식은 춘추 시대의 ‘앙드레 공자’라고 할 만큼 세련되었다. 그러나 맛과 멋의 흥취는 값비싼 소비주의를 경계하고 섬세한 조화와 예를 갖춘 안목에서 나왔다. 제자들과의 문답으로 이루어진 논어는 현대 교육의 지향을 보여 주는 ‘오래된 미래’다. 공자는 같은 질문에도 제자들의 성향에 맞게 답변을 달리한다. 또한 신분과 경제력을 따지지 않고 배우고자 하는 의지를 높이 샀다. 개별화 학습과 열린 교육의 전형을 보여 준다.

오늘날의 경제나 사회문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자는 ‘계씨’편에서 ‘분배냐 성장이냐’ ‘도덕주의냐 기술주의냐’를 놓고 제자 염유와 정치경제학적 논전을 벌인다. 분배와 도덕주의를 옹호하는 공자의 치밀한 논변을 볼 수 있다.

또한 ‘이인’편에서 유자와 대화할 때는 ‘인(仁)’을 말하면서 ‘효’를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오해했던 ‘가족 이기주의’나 ‘연고주의’는 오히려 공자가 경계한 바다. 학생들이 무작정 외워 왔던 극기복례도 바로 ‘인간관계의 소통’을 강조한 인의 실천 방법이다. 배움과 자기 완성을 전 사회에 확대하고자 했던 프로젝트가 바로 논어인 셈이다.

한 땀의 수에 세상을 녹여 내는 것이 바로 고전의 묘미이다. 중요성은 알지만 이해가 되지 않아 맘고생을 했더라도 반드시 고전 한 권 정도는 읽어 보기를 권한다.

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철학·논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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