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줄기세포 수 부풀려졌다” 특집 방송

  • 입력 2005년 12월 16일 01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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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또 무슨 얘기…”15일 밤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줄기세포 진위 논란을 다룬 MBC TV의 특집 프로그램 ‘PD수첩은 왜 재검증을 요구했는가’를 유심히 보고 있다. 시민들은 이날 전해진 줄기세포 관련 뉴스들에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김재명 기자
“이건 또 무슨 얘기…”
15일 밤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줄기세포 진위 논란을 다룬 MBC TV의 특집 프로그램 ‘PD수첩은 왜 재검증을 요구했는가’를 유심히 보고 있다. 시민들은 이날 전해진 줄기세포 관련 뉴스들에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김재명 기자
MBC는 15일 오후 10시 ‘특집-PD수첩은 왜 재검증을 요구했는가’를 긴급 편성해 황우석(黃禹錫) 서울대 석좌교수팀 연구의 진위에 대한 최초 제보 접수 경위부터 PD수첩팀의 취재 및 검증 과정에 대해 상세하게 보도했다.

최진용(崔震溶) 시사교양국장이 진행한 이 프로그램에선 최초 제보자의 인터뷰와 함께 △논문 공동 저자들이 대부분 줄기세포를 본 적 없다는 점 △특허 출원을 위한 줄기세포 기탁은 없었다는 점 △줄기세포 사진을 부풀렸다는 미국 피츠버그대 김선종 연구원의 핵심 증언 등이 방영됐다. 다음은 이 프로그램 내용의 요약.

▽제보 접수=PD수첩은 제보자가 2005년 5월 홈페이지 게시판에 황 교수 관련 제보를 하겠다고 밝혀 만났다. 이 제보자는 2004년까지 핵심 연구원으로 황 교수팀에서 근무했으며 이후 연구팀에서 나왔다. 그는 현재 기술로는 배아줄기세포를 실용화할 수 없으며 10년 이상 걸린다고 지적했다. 또 황 교수가 2004년 2월 논문을 경제화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려 거짓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보자는 “미즈메디병원에 있는 11개의 수정란 줄기세포를 ○○○ 선생님의 주도하에 체세포로 탈바꿈시켰다”고 주장했다.

▽줄기세포를 본 사람이 있나=PD수첩은 논문 저자 25명, 논문 검증자 등을 찾아 연구에서의 역할과 줄기세포를 실제로 봤는지를 확인했다. PD수첩은 논문의 공저자로 된 서울대 교수, 한양대 교수, 서울대 의대 실험 참여자 등을 만났으나 구체적으로 기여한 바를 답하지 못했다. 또 논문의 제2 저자인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과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도 2005년 논문의 줄기세포를 직접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사이언스의 도널드 케네디 편집장도 심사 과정에서 데이터 서류만 보고 검증했다고 말했다. 또 황 교수 팀은 2005년 논문 발표 후 6개월이 지나도록 특허 출원을 위해 필요한 줄기세포 기탁을 하지 않았다.

▽줄기세포의 진위 검사=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가 만들어졌는지를 검사하기 위해선 유전자(DNA) 검사, 면역형 검사, 테라토마 검사 등을 거쳐야 한다.

유전자 검사의 경우 황 교수팀의 한양대 의대 윤현수 교수의 후배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서부지소(전남 장성군)에 근무하는 이모 박사를 통해 실시했다. 하지만 이 박사는 세포를 보진 못했고 세포에서 분리된 상태의 DNA로 조사했다고 증언했다. 또 면역적합성 검사를 실시한 서울대 의대 김모 박사는 줄기세포 샘플을 모두 쪼갠 뒤 가져와 줄기세포인지 구별하기 어려웠다고 증언했다. 결국 과연 줄기세포와 환자 체세포를 실제 비교해 검사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것.

논문에는 2∼8번 7개의 줄기세포를 테라토마 검사를 했다고 돼 있다. 그중 2∼4번의 사진이 논문이 실려 있다. 테라토마 검사는 면역이 없는 쥐에 줄기세포를 주사해 종양을 만든 뒤 줄기세포가 어떤 장기로 변했는지 확인하는 것. 이 검사에 대해 강성근 교수는 “논문 제출 당시 7개를 했고 나머지는 나중에 했다”고 밝혔고 윤 교수는 자신이 11개를 다했다고 했으나 이는 모두 거짓말이었다.

황 교수는 10월 30일 인터뷰에서 “2개는 미즈메디병원, 일부는 생명공학연구원과 김대용 교수가 했다”고 주장했으나 김 교수나 생명공학연구원의 최양규 교수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증언해 말이 엇갈렸다.

강 교수는 결국 수의대 가건물에서 했다고 했으나 이곳은 개를 키우는 실험실로 쥐 실험을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곳이다. 결국 PD수첩 취재 후 황 교수팀은 사이언스에 테라토마 검사를 7개에서 3개만 했다고 정정했다.

▽미국 피츠버그대 김선종 연구원의 증언=김 연구원은 3차례나 신분 보장을 받은 뒤 결정적인 증언을 했다. 김 연구원은 자신이 2, 3번 줄기세포를 쥐에 주사해 테라토마를 만들어 사진을 찍었으며 이 사진으로 4번 줄기세포 사진을 대체했다고 증언했다. 또 줄기세포 3개로 11개 줄기세포의 사진을 찍으라고 황 교수와 강 교수가 직접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줄기세포는 과연 있는가=PD수첩 팀은 황 교수팀에 의혹 해명을 위한 인터뷰를 요청했다. PD수첩팀은 황 교수가 “의혹이 있다면 줄기세포를 줄 테니 검사해 보라”고 제안해 5일 후 갔으나 줄기세포가 몇 번인지 특정하지 않고 주겠다고 해서 인수하지 못했다. 일주일 뒤인 11월 12일 결국 줄기세포를 건네받은 뒤 이를 아이디진과 서울대 법의학실에 맡겨 논문에 나온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실험했다. 아이디진에서 추출한 2번 줄기세포의 DNA는 논문의 DNA와 완전히 달랐고 이는 법의학 전문가인 뉴욕시립대 로렌스 코빌린스키 박사에게서 확인받았다.

▽긴급 방영 결정과 제작진의 말=이날 특집프로그램은 노 이사장이 이날 오후 MBC와의 인터뷰에서 “줄기세포가 없다는 말을 황 교수에게서 들었다”고 발언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는 오후 6시 40분 최문순(崔文洵) 사장에게 보고 됐고 곧바로 임원회의가 소집돼 방영이 결정됐다.

‘PD수첩’의 최승호 PD는 “황 교수가 직접 모든 것을 밝히고 검증이 끝나야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며 “노 이사장의 말로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고 PD수첩도 특별한 결론을 낸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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