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처음읽는 아프리카의 역사’…검은대륙 깨어나라

  • 입력 2005년 10월 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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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루츠 판 다이크 지음·안인희 옮김/328쪽·1만5000원·웅진지식하우스

“검정은 많은 색깔을 갖는다/우리가 찾는 빛깔은 검정/검정은 아주 다채롭고/검정은 장님한테만 어둡게 보인다….”

아프리카는 너무 커서 뭐라 묘사할 수가 없다. 그것은 독자적인 행성이다. 아주 다양하고 풍성한 우주다. “아프리카, 그것은 수없이 많은 상황이다. 극히 다양하고, 완전히 모순된 상황들이다.”

누군가는 “그곳에선 전쟁이 그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 말이 맞다. 또 다른 사람은 “그곳은 평화롭다”고 말한다. 그 말도 맞다.

그런데도 유럽은 아프리카의 모든 것을 자신들의 언어로 설명하려고 한다. 무더위, 사막, 야생동물, 초원과 밀림, 원시부족, 가난, 에이즈…. 그리고 ‘부시먼’. 서구인들에게 아프리카는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 중에서 가장 덜 발달되어 있는 곳’(마이크로소프트 백과사전)일 뿐이다.

선교와 지원이라는 미명 아래 반세기 동안 아프리카를 사냥하고 약탈했던 유럽인들. 그들은 아직도 인류애를 들먹이지만 유럽의 가축들은 아프리카에서 사람의 식량으로 쓰이는 양보다 더 많은 곡식을 먹어 치우고 있다.

아프리카인들은 절규한다. “우리에겐 모든 것이 다 있다. 우린 더 필요한 게 없다. 그리고 그것이 좋다. 어째서 다른 사람들이 계속 우리를 변화시키려 하는가?”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대륙, 아프리카. 그곳은 200만 년 전 초기인류가 발원한 ‘인류의 요람’이다. 오늘날에도 우리 존재의 한계를 결정하는 인류의 근원이다. “인간이 무엇이냐에 대한 더욱 깊은 이해는 아프리카에서 시작된다!”

네덜란드계 독일인으로 오랫동안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백분리정책에 맞서 온 저자.

그는 온갖 의미를 가진 아프리카 역사의 울림에 귀 기울인다. 아프리카에 대해 설명하기보다는 아프리카 사람들 스스로 아프리카를 말하게 한다. 아프리카의 상징과 표지들을 ‘타자의 언어’로 번역하기보다는 그 자체의 조화 속에 놓아 둔다.

저자가 처음 아프리카에 와서 들은 속담이 있다. ‘당신이 이곳에 처음 왔다면 입이 아니라 두 눈을 열어라!’

그는 아프리카의 역사를 서술하면서 아프리카인이 아닌 사람들은 어딘지 이해할 수도 없는, 아프리카 사람들만의 진기한 특성이 아니라 아주 깊이 인간적인 어떤 것, 우리가 지구상에 있는 모든 사람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어떤 것으로 감싸 안는다.

이 책을 접한 가나의 여성 작가는 눈시울을 붉혔다.

“우리의 역사는 많은 고통과 슬픔을 지녔다. 그런데도 우리가 언제나 미소 지을 수 있다는 것, 삶의 기쁨으로 가득 넘쳐서 서로 웃을 수 있다는 것을 그 어떤 다른 역사책에서도 찾아낼 수 없었다….”(암마 다르코)

원제 ‘DIE GESCHICHTE AFRIKAS’(2004년).

이기우 문화전문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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