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헬스의 거짓말’…헬스의 진실, 그것이 알고 싶다

  • 입력 2005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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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이었던 ‘역도’가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후반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출현 때문이었다. 그는 우람한 체구에 힘도 장사였고 성실했다. 케네디 가문의 여성과 결혼한 그의 이력은 보디빌딩의 신화에 한껏 불을 지폈다. 사진 제공 사이언스북스
대상이었던 ‘역도’가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후반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출현 때문이었다. 그는 우람한 체구에 힘도 장사였고 성실했다. 케네디 가문의 여성과 결혼한 그의 이력은 보디빌딩의 신화에 한껏 불을 지폈다. 사진 제공 사이언스북스
◇ 헬스의 거짓말/지나 콜라타 지음·김은영 옮김/432쪽·1만3000원·사이언스북스톰 피터스

“사람이 몸을 움직인다고 해서 모두 운동이 아니며, 움직임이 격렬할 때만 운동의 효과가 있다!”(갈레노스)

고대 그리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 말은 사실일까? 격렬한 운동을 하는 사람일수록 더 건강하고 더 오래 산다? 1970년대 중반 미국에서 조깅 붐이 일면서 이 믿음은 뜨겁게 부활했다. ‘고통이 없으면 열매도 없다!’ 심장질환 환자들에게 운동을 시키기 시작한 게 이즈음이다. 과연 그럴까?

많은 의학자와 보건 관계자는 1989년 스티브 블레어 박사가 발표한 고전적인 연구 논문 ‘신체건강과 사망률’을 인용하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운동을 통한 건강상의 이익은 대부분 격렬한 운동이 아니라 적당한 운동에서 얻어진다.”

매주 3시간 정도 걸으면 심장질환의 발병 빈도가 30∼40%까지 떨어지지만 그 이상 운동을 하더라도 수치가 더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살을 빼려면 ‘저강도 운동’을 해야 한다? 최대 심박수의 70% 정도를 유지하며 지방을 연소시켜야 몸무게를 줄일 수 있다?

이 이론은 에어로빅이 유행하던 1970년대 후반 피트니스 산업이 조작한 엉터리 이론이라는 혐의가 짙다. 운동과 다이어트에 대한 대부분의 유행은 실제보다는 이론이 더 그럴듯해 보이는 것이다.

이제 운동은 엄청난 규모의 산업이 되었다. 운동이 건강과 외모에 도움을 준다는 것은 상식이다. 아니 신앙에 가깝다. ‘운동은 일종의 의약과 같다!’ 일상에 찌들어 운동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죄의식마저 느낀다.

뉴욕타임스의 의학전문기자인 저자는 묻는다. 운동은 정말 우리에게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을 주는 것일까. 운동에 대한 상식과 속설은 얼마나 과학적인가. 헬스클럽 트레이너들이 권장하는 운동법은 따를 만한가.

저자는 피트니스 산업 이면에 감추어진 장삿속을 파헤치며 무엇이 진실인지, 무엇이 속설이고 무엇이 과학인지 꼼꼼하게 따져나간다. 말하자면 이 책은 ‘당신의 트레이너가 절대 가르쳐 주지 않는 헬스와 피트니스의 진실과 오해’에 관한 보고서다.

운동이 모든 사람에게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운동에 대한 반응은 유전적 요인에 크게 좌우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10%는 운동의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한다. 지구력도 향상되지 않고 더 민첩해지지 않으며 힘도 더 강해지지 않는다. 단 1g의 체중도 빠지지 않는다.

격렬한 운동을 장시간 계속하면 엔도르핀이 생성돼 절정의 행복감인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를 느낀다? ‘엔도르핀 가설’은 낭설에 가깝다.

운동이 우울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 그것 역시 속설이다. 그런데도 정신과 의사들은 운동을 권한다. “운동을 해서 더 나빠지는 사람은 없지 않습니까? 부작용은 없는 거지요. 그뿐이에요.”

스스로 운동광임을 털어놓는 저자. 그는 운동이 주는 건강상의 이점이 과대 포장되고 있다고 말한다. 운동을 하면 사람의 수명이 길어지는지조차 확실하지 않다고 한다.

운동의 진실은 다른 데 있는지 모른다. 운동을 갓 시작하는 사람은 느끼지 못하지만 천천히 물들기 시작해서 어느 순간 갑자기 놀라게 하는 그 ‘어떤 것!’

“운동을 한다고 몇 년을 더 살겠는가? 운동을 하는 진짜 이유는 운동을 할 때나 끝냈을 때 기분이 좋기 때문이다. 운동의 진실? 그것은 운동을 하는 즐거움 속에 있다….”

원제 ‘ULTIMATE FITNESS’(2003년).

이기우 문화전문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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