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들의 밥상’ 다시 話頭로

  • 입력 2005년 9월 30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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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대구 동화사 통일기원대전에서 열린 계율수행 대법회에서 각묵 스님이 500여 명의 신자와 스님들에게 율장정신을 어떻게 창조적으로 계승 발전시켜 갈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구=윤정국 문화전문기자
24일 대구 동화사 통일기원대전에서 열린 계율수행 대법회에서 각묵 스님이 500여 명의 신자와 스님들에게 율장정신을 어떻게 창조적으로 계승 발전시켜 갈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구=윤정국 문화전문기자
“한국 승가(僧家)는 순수 채식주의로 가든지, 아니면 육식(肉食)을 허용하고 엄격한 오후 불식(不食·수행방법의 하나로 저녁식사를 굶음)을 채택하든지 해야 합니다.”

24일 오후 대구 동화사 통일기원대전. 동화사가 현대불교신문사와 공동으로 8월 6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개최해 온 ‘깨달음으로 가는 길’ 계율수행 대법회가 한창이었다.

신자 500여 명이 경청하는 가운데 각묵 스님(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이 ‘현대사회에 있어서의 율장(律藏)정신’을 발표했다. 율장이란 부처님이 살아 계실 때 비구와 비구니들의 수도생활 및 일상사의 행동규범을 정한 것.

각묵 스님은 초기 불교의 율장이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의 모든 일을 다 아우르지 못하므로 율장정신을 지키는 범위 안에서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도 푸나대학에서 산스크리트 석박사 과정을 수료한 그는 특히 오늘날 승가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인 육식과 오후 불식 문제를 끄집어냈다.

“한국 불교는 대승불교의 전통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채식주의를 유지하고 있지만, 초기 불교와 남방 불교에서는 신자들에게 음식을 얻어먹는 걸식(乞食)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전통적으로 승가의 육식을 허용해 왔습니다. 대신 오후 불식은 철저히 지키고 있지요. 미얀마나 태국에서 출가자가 오후 불식을 하지 않으면 절대로 비구로 인정하지 않으니까요.”

각묵 스님은 “이제는 육식-오후 불식과 채식주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승랍 10년 이상인 스님들에게는 토굴(절 외 별도의 집)생활을 허용하되 종단에서 지어 임대하고 △노스님들의 복지를 위해 교구 본사별로 실버타운 형태로 토굴을 지어 분양하는 등 율장정신을 지키는 범위 안에서 현대사회에 맞는 청규(淸規)를 만들고 이를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동화사 주지 지성 스님은 “부처님께서는 계율이야말로 미혹의 병에 가장 뛰어난 약이며 어둠을 밝히는 등불과 같고 생사의 강을 건너는 다리와 같다고 말씀하셨다”면서 “이번 대법회로 계율의 중요성이 재인식되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는 첫날 1500여 명이 몰린 것을 시작으로 매회 500∼700명의 신자가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여 왔다. 대법회는 앞으로 △율장정신에서 본 종단의 제도(10월 1일) △한국 불교 계맥의 자주적 전승(10월 8일) △보살계 수계대법회(10월 9일) 행사를 남겨두고 있다. 053-985-4404

대구=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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