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관중’…친구이자 적이고 동지였던 두 영웅

  • 입력 2005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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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管仲)/미야기타니 마사미쓰 지음·양억관 옮김/상하 각 280쪽 내외·9800원·황금부엉이

깊은 우정을 뜻하는 ‘관포지교(管鮑之交)’. 이 고사의 주인공인 기원전 7세기 중국 춘추시대 제(齊)나라의 관중(管仲)과 포숙(鮑叔). 친구에서 적으로, 적에서 다시 동지로 이어지는 이들의 드라마틱한 삶과 우정이 소설로 되살아났다.

저자는 일본의 인기 역사소설가. 제목은 ‘관중’이지만 실제 내용은 관중에 국한되지 않는다. 관중과 포숙의 파란만장한 삶, 우정과 갈등을 비롯해 춘추시대 산둥(山東) 지역 제나라의 패권을 쟁취하기 위한 영웅들의 각축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사실, 관중의 삶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제나라 환공(桓公)의 명재상이 되어 제나라를 중원의 패자로 올려놓은 명재상, 제갈량(諸葛亮)이 자신을 관중에 비유했을 정도로 대단한 인물이었다는 정도만 알려졌을 뿐이다. 관중과 포숙의 만남의 과정도 정확하게 알려진 바 없다.

이 글이 소설이긴 하지만 읽다 보면 이 같은 궁금증이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특히 관중과 포숙이 절친한 친구였을 뿐만 아니라 팽팽한 라이벌로, 우정과 긴장 관계를 유지했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포숙과의 경쟁에서 번번이 패배했던 관중의 좌절감이 소설 곳곳에 드러나 있어 관중의 인간적인 매력도 느낄 수 있다.

소설은 관중과 포숙이 우연히 만나 동문수학(同門修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들이 제나라의 서로 다른 주군을 모시면서 정치적 라이벌로 바뀌어 가는 내용에 이르면 소설은 점점 흥미로워진다.

이 소설의 절정은 제나라의 패권을 놓고 관중과 포숙이 일대 격전을 벌이는 대목. 포숙과 포숙이 모시는 주군의 병력 이동 정보를 입수한 관중은 산간의 어느 길목에 매복해 포숙의 행렬이 당도하기만을 기다린다.

그때 깊이 고뇌하는 관중. ‘친구 포숙이 그냥 지나가도록 하면 어떨까… 친구를 죽이면,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아니야, 모든 것은 하늘이 정할 따름이야.’

끝내 활시위를 당기는 관중. 화살은…. 절친한 친구가 서로를 죽여야 하는 전투 장면은 시종 박진감이 넘친다. 친구와 싸워야 하는 관중의 고뇌도 인상적이다. 적에서 다시 동지로 바뀌는 극적인 반전 속에 펼쳐지는 우정이 소설의 재미를 더해 준다.

이 소설의 진정한 매력은 관포지교를 통해 인생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책을 덮어도 관중의 한마디가 머리에 남는다. “나를 낳아 준 분은 부모지만 나를 알아준 사람은 포숙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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