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암…의족…22세 청년…‘스물 둘에 별이 된 테리’

  • 입력 2005년 9월 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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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둘에 별이 된 테리/레슬리 스크리브너 지음·용호숙 옮김/376쪽·9500원·동아일보사

1980년 4월 12일, 캐나다 동부 뉴펀들랜드 세인트존스의 바닷가. 한쪽 다리에 의족을 찬 스물두 살의 청년이 먼 바다를 응시하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잠시 후 그는 힘차게 의족을 내디뎠다. 캐나다 대륙 8000여 km를 횡단하는 ‘위대한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스스로를 고통 속으로 내던진 이 청년의 이름은 테리 폭스. 암에 걸려 열여덟의 나이에 다리를 절단해야 했고, 암 연구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캐나다 대륙 횡단 마라톤을 시작했고, 그 후유증으로 암이 재발해 스물셋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청년 테리.

이 책은 테리의 삶에 관한 이야기다. 고통을 딛고 희망을 찾아나섰던, 짧지만 아름다웠던 청년 테리의 삶이 감동적으로 펼쳐져 있다. 테리의 대륙 횡단 마라톤을 취재한 캐나다의 저널리스트가 각종 취재 자료를 토대로 테리의 삶을 재구성한 것이다.

1976년 겨울. 평범한 소년이었던 테리는 오른쪽 다리에 악성골종양이란 암이 생겨 다리를 잘라야 했다. 수술 전날, 테리는 우연히 마라톤 잡지를 보게 됐다. 휠체어를 타고 뉴욕 마라톤을 완주한 사람의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수술실에 들어가면서 그는 어머니에게 “나도 언젠가 그 사람처럼 달려 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한쪽 다리는 사라졌다. 수술 후 소아병동에 머물게 된 테리는 암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곤 마라톤 기사를 떠올렸다. 암 연구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캐나다 대륙 횡단 마라톤 아이디어는 그렇게 탄생됐다.

의족을 차고 매일 42km를 달린다는 건 고통 그 자체였다. 살을 에는 추위, 사람들의 무관심, 게다가 의족은 고장 나고 절단 부위엔 상처가 도졌다.

그럴수록 그는 희망의 의지를 더욱 불태웠다. 그의 힘겨운 여정이 조금씩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143일이 흘렀고 5300여 km를 달렸다. 그러나 결국 암이 재발했고, 또다시 처절한 투병 생활이 시작됐다.

“설령 제가 끝을 내지 못하더라도 희망의 마라톤을 계속할 다른 사람이 필요합니다. 제가 없어도 마라톤은 계속돼야 합니다.”

1981년 6월, 테리는 이렇게 말하고 스물세 해의 짧은 삶을 마감했다. 이후 그의 정신을 기려 세계 56개국에서 매년 테리 폭스 달리기 대회가 열리고 있다. 암 연구 기금 조성에도 속도가 붙어 지금까지 2억5000만 달러(약 2500억 원)가 모였다. 우리나라에서도 10일 서울 한강시민공원 여의도지구에서 테리 폭스 달리기 대회가 열린다. 자세한 내용은 주한 캐나다상공회의소 홈페이지(www.ccck.org/social_event/terryfoxrun_info_kor.htm) 참조.

테리의 달리기는 끝났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대륙을 횡단하는 테리의 힘찬 발걸음이 눈에 펼쳐지는 듯하다. 별이 되어 빛나는 테리의 모습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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