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KBS ‘역사스페셜’ 순교의 비밀 파헤쳐

  • 입력 2005년 9월 2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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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역사스페셜 ‘이차돈 순교는 정치쇼였나’의 한 장면. 왼쪽이 법흥왕, 오른쪽이 이차돈이다. 사진 제공 KBS
KBS1 역사스페셜 ‘이차돈 순교는 정치쇼였나’의 한 장면. 왼쪽이 법흥왕, 오른쪽이 이차돈이다. 사진 제공 KBS
“목을 잘랐더니 하얀 피가 솟구쳤다. 땅이 울리며 하늘이 껌껌해지고 꽃잎이 비처럼 내리기 시작했다. 왕과 신하들은 그 광경을 보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한국 불교사상 최초의 순교자 이차돈이 죽는 장면이다. 6세기 신라 법흥왕은 불교를 국교로 삼으려 했으나 재래의 토착신앙에 젖은 귀족세력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한다. 527년 이차돈은 신라 귀족들의 의견에 반대해 순교를 자청하고 나서 만일 부처가 있다면 자기가 죽은 뒤 반드시 신기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언한다. 이차돈 순교와 관련된 가장 오래된 기록인 ‘백률사석당기(栢栗寺石幢記)’에 나오는 이야기다.

스물두 살의 젊은 나이에 신라의 불교 공인을 위해 흰 피를 흘리며 순교한 이차돈. 기록 속에 엄연히 전해 내려오는 이 기적은 과연 사실일까? 나아가 그는 정말로 신라의 불교 공인을 위해 자신의 몸을 바친 순교자였을까?

KBS1 ‘역사스페셜’은 2일 밤 10시 이차돈 순교의 비밀을 파헤치는 ‘이차돈의 순교는 정치쇼였나?’(연출 고정훈)를 방영한다. 제작진은 이차돈의 순교를 불교 수용을 통해 왕권 강화를 모색했던 법흥왕과 이차돈의 정치적 밀약이었다고 주장한다.

당시 신라는 왕이 절 하나도 마음대로 짓지 못할 만큼 귀족의 힘이 막강했다. 신라사회는 공동체적 집단지도체계인 6부 연맹체로 운영됐고 6부의 동의를 얻어 국정을 운영하던 귀족세력은 내부에 군사를 둘 정도로 막강한 자치력을 가지는 등 독자체제를 이뤘다. 귀족들은 자신도 왕과 다를 바 없는 하늘의 자손이라는 ‘천신신앙’을 가지고 있었을 정도.

하지만 이차돈 순교 사건은 귀족세력들과 국민들을 설득해 신라사회가 불교 사상을 수용하게 되는 계기가 됐고 이는 막강한 귀족세력을 해체하고 왕권 강화로 이어졌다. 제작진은 삼국유사(三國遺事)와 해동고승전(海東高僧傳)을 통해 이차돈이 승려가 아니라 법흥왕의 비서이자 당숙지간인 친족관계였음을 제시한다.

두 문헌에는 이차돈이 불교 공인의 어려움을 고민하는 법흥왕을 찾아가 자신이 왕명을 사칭해 절을 짓겠다며 귀족들이 이를 물으면 자신에게 모든 것을 뒤집어씌우라고 약속하는 대목도 있다. 또한 하얀 피가 나오는 순교는 당시 중국 불교관련서인 ‘부법장연전’, ‘현우경’ 등에 나오는 상투적인 기적의 한 행태였다. 이차돈 순교가 법흥왕과 이차돈의 밀약을 통해 사전에 치밀하게 모의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고정훈 PD는 “이차돈의 죽음은 신라사의 핵심적 분기점이었을 정도로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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