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약사 부부 둘째아이 키우기]<1>둘째 출산하기

  • 입력 2005년 9월 2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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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방향으로 왼쪽부터 김태희, 이진한 부부와 둘째 딸 지원, 첫째 딸 승민. 원대연기자
시계 방향으로 왼쪽부터 김태희, 이진한 부부와 둘째 딸 지원, 첫째 딸 승민. 원대연기자
《의사인 이진한 기자와 약사인 김태희 씨. 이들은 본보에서 2002년 11월 25일∼2003년 6월 30일 연재한 ‘의사와 약사 부부 초보 육아일기’를 통해 쩔쩔매며 첫아이를 키운 경험담을 독자와 나눴다. 최근 둘째를 낳은 이들 부부가 플러스 키즈 면에 또다시 육아칼럼을 연재한다. 이들은 만 3세가 된 첫째 승민이와 겨우 25일 된 둘째 지원이를 키우면서 겪는 경험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는다. 이 기자는 2000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서울대병원에서 인턴을 마치고 2001년 동아일보에 입사했다. 부인은 1998년 서울대 약대를 졸업한 후 서울대병원 약제부를 거쳐 현재 제약회사인 호일바이오메드 약사로 근무하고 있다.》

얼마 전 나는 딸딸이 아빠가 됐다. 아내는 첫째를 어쩔 수 없이 수술로 낳았지만 둘째 때는 출산의 고통을 한번 온몸으로 느껴보고 싶다며 자연분만을 원했다.

그런데 산달이 다가오자 겁이 나는지 망설였다.

“그냥 맘 편히 수술할까? 산고를 겪고서 또 수술하게 될 수도 있잖아.”

이런 회의와 두려움에서 벗어나고자 아내는 임신 8개월쯤 ‘임산부 기체조 교실’에 등록했다. 첫째 때는 라마즈호흡법을 아내와 함께 배웠는데 이번에는 내가 회사일이 너무 바빠 시간을 낼 수 없었다. 기체조도 복식호흡과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을 이완시키고 마음을 안정시켜주기 때문에 임신부들이 많이 한다. 기체조 수련으로 분만을 준비하면서 아내는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았다.

분만예정일을 일주일 앞두고 아내는 기체조교실에서 수련을 하던 중 갑자기 양수가 터져 입원을 했다. 하루 가까이 지나도록 진통이 굼뜨며 진행이 안 되자 결국 의사는 분만촉진제를 썼다. 아내는 곧 배와 허리가 아파오자 고통을 참기가 힘들었는지 입술을 꼭 깨물었다. 비명이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듯했지만 한번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면 일찍 힘이 빠져 지치게 되므로 오로지 호흡에만 열중했다. 점차 몸이 힘들어지면서 아내의 호흡이 빨라지는 것 같아 나는 옆에서 호흡을 규칙적으로 할 수 있도록 거들었다.

“하나, 둘, 셋!” 구령소리에 맞춰 숨을 들이마시고 “하나, 둘, 셋”에 숨을 내쉬도록 했다. 그러나 진통이 절정을 향하자 아내는 내 구령에 호흡을 맞추기도 힘들어했다. 이때는 기체조에서 연습한 응급호흡법, 즉 코로 짧게 들이쉬고 “츳-츠-” 하면서 길게 내뱉는 호흡으로 간신히 버텼다.

“여보, 나 응가가 넘 마려워….” 진통을 충분히 겪은 후의 변의는 아기가 곧 나올 거라는 신호. 의사를 부르자 내진을 하던 레지던트가 당황하면서 하는 말.

“언제 이렇게 진행이 다 됐죠? 좀 아픈 내색이라도 하지 그랬어요. 교수님은 진행이 늦는 것 같아 얼마 전 퇴근했는데.”

하긴 호흡에만 신경 쓰느라 얼굴도 찡그리지 않고, 신음 소리 한번 내지 않고 버텼으니….

보통 출산은 하늘이 노래지고 별이 총총 떠야 아기가 나온다고 한다. 그만큼 출산의 고통이 엄청나다는 말이다. 다행히 아내는 산고를 호흡법으로 버텨냈다.

라마즈 호흡법이든 기체조나 요가이든지 간에 호흡법, 이완법을 익혀두면 출산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 호흡에 집중하면 산통을 잊을 수 있고, 산모와 아기 모두 긴 시간 동안 지치지 않고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머리로만 방법을 알고 있으면 정작 분만할 때는 활용하기가 어렵다. 적어도 출산 두 달 전부터 몸에 배도록 연습을 하는 게 필요하다. 힘든 상황에서 조건반사적으로 반응이 나타나도록 말이다. 이때 남편이 옆에서 도와주면 금상첨화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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