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왕들은 어떤 질병 앓았나 “세종, 비만에 당뇨병”

  • 입력 2005년 8월 2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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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은 비만과 당뇨, 광해군은 화병과 눈병.’

조선시대 왕들의 질병과 치료법을 통해 이 시대 의학 변천사를 연구한 박사학위 논문이 나왔다. 서울대 대학원 의학과에서 의사학(醫史學)을 전공한 김정선(金正善) 씨는 최근 ‘조선시대 왕들의 질병치료를 통해 본 의학의 변천’이란 제목의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해 이달 말 학위를 받을 예정이다.

논문에 따르면 세종(世宗·1397∼1450)은 젊은 시절 육류 없이는 식사를 못할 정도로 육식을 좋아했으나 운동을 싫어해 비만한 체구였다. 또 35세 무렵에는 하루에 마시는 물의 양이 한 동이가 넘을 정도였던 것으로 미뤄 당시 당뇨병을 앓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김 씨는 밝혔다.

문종(文宗·1414∼1452)은 세자 때부터 종기에 시달렸다. 그러나 치료법은 종기 부위에 고약이나 거머리를 붙이는 정도여서 40세가 안 돼 종기 악화로 숨졌다. 성종(成宗·1457∼1494)은 어려서부터 여름만 되면 더위병에 시달려 이 병으로 인사불성이 된 적도 있다.


연산군(燕山君·1476∼1506) 때는 의원들이 음욕(淫慾)을 채우려는 연산군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양기(陽氣)를 돕는 풀벌레와 뱀을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다. 중종(中宗·1488∼1544)은 해열제로 야인건수(野人乾水)를 먹었다는 내용도 나온다. ‘야인건’이란 인분(人糞)을 말한다.

임진왜란 이후 침구술이 발달해 왕의 건강과 질병치료를 담당한 기관인 내의원(內醫院) 치료에 널리 쓰이면서 화병과 눈병을 앓던 광해군(光海君·1575∼1641)은 먹는 약보다 침을 많이 맞았다. 평소 보양법을 중시한 영조(英祖·1694∼1776)는 자신의 건강 비결을 ‘인삼의 정기’라고 생각해 72세 되던 해에는 1년에 20여 근의 인삼을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영조는 철저한 건강관리로 조선시대 왕 중 최장 수명을 누렸다.

김 씨는 논문에서 “조선시대 왕들의 질병 치료 내용은 조선시대 의학발달에 영향을 미쳤다”며 “민간인들도 내의원의 치료 방법을 모범적인 것으로 여겨 따라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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