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평양 봉수교회 실체 놓고 개신교 단체 의견 엇갈려

  • 입력 2005년 8월 5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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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양 봉수교회에서 신자들이 주일예배를 봉헌하고 있다. 봉수교회를 어떻게 볼 것인지를 놓고 개신교계의 양대 연합기구가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북한 평양 봉수교회에서 신자들이 주일예배를 봉헌하고 있다. 봉수교회를 어떻게 볼 것인지를 놓고 개신교계의 양대 연합기구가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국내 개신교의 대표적 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가 북한 평양 봉수교회 문제를 놓고 큰 인식의 차이를 보이며 갈등을 빚고 있다.

한기총 인권위원장인 서경석 목사가 최근 ‘평양 봉수교회를 고발한다’란 제목으로 북한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 산하 봉수교회의 이면을 폭로하는 글을 인터넷매체인 연우포럼(www.younwooforum.com)에 올리자 1988년 이후 조그련과 함께 남북 공동기도문 채택 등의 공동사업을 펴온 KNCC 측에서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우리 민족 서로 돕기 운동’의 공동대표 자격으로 북한을 여섯 차례 방문했던 서 목사는 이 글에서 “북한을 갈 때마다 봉수교회에서 예배를 보았는데 한 번도 교인들과 접촉할 수 없었다. 그러나 평양에서 예배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격했고 교회에 갈 때마다 거액의 헌금을 했으며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 목사는 ‘한 교인이 예배를 보다가 눈물과 기도가 터져 나오는 바람에 지방으로 쫓겨 갔다. 가짜 기독교인으로 있어야지 진짜 기독교인이 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라는 탈북 동포의 증언을 듣고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서 목사는 특히 지난달 19일 미국 워싱턴에서 프리덤하우스 주최로 열린 북한 인권 국제회의에서 만난 탈북자 김형식 씨의 증언을 듣고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35년간 김형직사범학교 교수로 재직하다 모스크바대에 조선어 교수로 가게 된 김 씨가 북한에 ‘인질’로 남아야 하는 부인을 걱정해 중앙당에 부인이 봉수교회 교인이 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가 포기했다는 것. 봉수교회 교인은 외국인과의 접촉이 잦기 때문에 식량과 의복의 배급이 훨씬 좋지만 신청자가 많아 교인이 되려면 10년은 족히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김 씨는 증언했다.

서 목사는 “이제 나는 더 이상 북한에 가지 않기로 결심했다”면서 “한국 개신교인들이 북한의 가짜들을 만나기 위해 열심히 줄을 서고 공동기도문을 채택하려고 애쓴다면 무슨 망신인가”라며 KNCC 측을 겨냥했다.

이에 대해 백도웅 KNCC 총무는 “이 시점에서 탈북자의 말을 그대로 옮겨 놓는 일은 남북 관계나 교류에 전혀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무책임한 일”이라며 “우리와 다른 체제에서의 교회와 신앙을 우리 기준으로 판단할 수는 없으며 오로지 하나님만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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